EU, 오는 3월 원자재법 도입…‘공급망 관리’ 숙제 안은 K배터리

박순엽 2023. 1.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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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만들어진 데 이어 올해 유럽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업계는 공급망 관리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에 원자재법이 도입돼 유럽산 광물 비율이 낮은 공산품에 추가 관세나 보조금 철회 등 차별적인 조항을 두게 되면 국내 기업으로선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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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원자재법’ 법안 발표 예정
중국·러시아 광물 수입 의존도 낮추기 위한 목적
중국산 원자재 비중 높은 국내 배터리 업계 ‘부담’
“공급망 다변화…中 업체 견제 기회일 수도 있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만들어진 데 이어 올해 유럽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업계는 공급망 관리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등에 대한 광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법인 만큼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사진=AFP)
9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는 3월 14일 ‘핵심 광물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주요 원자재에 대한 역외 의존도 축소, 역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해당 법안의 입법을 예고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엔 일반 공개의견 수렴 절차를 완료했다.

EU의 이 같은 원자재법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원자재 수급의 안정화를 통해 중국·러시아에 대한 광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앞으로 EU 내 재생에너지·디지털산업 인프라 관련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관련 원자재 수급이 안보와 관련된 주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EU 내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법안엔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원자재에 대한 EU 차원의 구체적인 공급량 확보 계획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EU는 지난 2008년 역내 핵심 원자재 관리를 위해 원자재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30개 물질을 핵심 원자재로 지정해 수급 현황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30개 원자재 중 마그네슘·희토류를 포함 19개 물질의 주요 수입국은 중국이었다. EU 집행위는 원자재법을 통해 공급망 분야별로 전략적 프로젝트를 식별하고 자금 조달 확대와 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광물 생산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배터리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유럽산 광물 사용 비율을 높이라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업계에선 EU가 도입할 원자재법이 미국 IRA와 같은 보호무역주의 법안이 될 우려가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U에 원자재법이 도입돼 유럽산 광물 비율이 낮은 공산품에 추가 관세나 보조금 철회 등 차별적인 조항을 두게 되면 국내 기업으로선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는 아직 중국 원자재 비중이 높아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이차전지 핵심 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 8대 품목에 대한 대중(對中) 수입 의존도가 58.7%로, 일본(41%)·독일(14.6%) 등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한국기업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말 공동으로 원자재법의 역외 기업 차별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의견서에는 “원자재법은 EU의 자유무역 원칙을 뒷받침해야 하며 EU의 배터리 규제 등 기존 규제와 중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원자재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법안의 세부 내용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중국 이외의 호주, 인도네시아 등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고, 오히려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많은 만큼 중국 배터리 업계를 견제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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