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찍기 수능·금수저 수시 …'창의인재' 퇴화시키는 공교육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3. 1.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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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인재 못키우는 교육

◆ 가자! G5 경제강국 ◆

1994년 학력고사 폐지 이후 30년 가까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가 이어진 가운데 학교 교육이 문제풀이 연습, 사교육, 줄 세우기식 입시에 매몰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수시 전형 도입, 자유학기제 도입 등 다양한 교육개혁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사교육비 문제와 기초학력 저하라는 문제점만 남겨 새로운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들이고도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일류 인재 양성은커녕 일반 학생의 기초학력 수준마저 퇴보시키고 있는 현행 교육제도를 개편하지 않고는 주요 5개국(G5) 경제강국 진입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교육개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학생 선발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1997년 도입된 수시 전형이다. 수시 전형 모집인원 비중은 점차 확대돼 2007년 전체 전형 중 51.5%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정시를 앞섰다. 이후 수시 비중이 꾸준히 늘며 2023학년도 대입에서는 77.3%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수시 전형 도입도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학교 시험성적으로 갈리는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과별 사교육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 스펙, 면접 등 성적 외에도 다양한 면모를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등장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고액 컨설팅마저 횡행했다.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뒷받침되는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진 입시 제도로 변질된 것이다.

도입한 지 30년이 된 수능은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시간 내에 빨리 풀기, 적절한 것과 덜 적절한 것을 가려내는 문제풀이 연습을 시키는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수능의 목적이던 '대학 교육 수학 능력' 여부를 판별하는 시험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는 비판이 많다.

2016년 과열된 내신 경쟁을 완화하고 진로 탐색을 유도하기 위해 중학교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지정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을 보지 않는 자유학기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개편된 교육방식에 호응하는 적절한 평가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크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공교육이 개별 학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일반고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2년 26만5000원에서 2021년 48만2000원으로 9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한 수험생이 입실 전 시험장을 확인하고 있다. 【매경DB】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과도한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 체제를 마련하는 동시에 뒤처지는 학생들이 없도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창의성과 협력"이라며 "현재의 내신 체제는 정답을 암기해 맞혀야 하기 때문에 창의성과 거리가 멀고 상대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협업 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정 중심 평가가 이뤄지도록 교사의 역량, 대입제도 등을 뒷받침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개별 역량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최근 학교 수업은 공부 양은 줄이되 학습 방법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다시 지필고사를 강조하는 것은 수업 내용과 평가 방식의 미스매치"라며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대입 전형에서도 단순히 A학점을 받았는지보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고 어떤 방식으로 학습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역시 과거와 같은 암기 위주 교육으로 회귀하기보다는 교육 안전망과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습 결손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4대 교육개혁 분야 중 하나로 '학생 맞춤 개혁'을 꼽고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별 맞춤형 교육의 주요 실현 방안으로는 AI 기반 코스웨어(Courseware, 교과과정(course)+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 도입,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을 통한 교원 역량 제고, 교실 내 보조인력 등 다중지원팀 운영 내실화 등이 제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줄여 나가야겠지만 단순히 인지적 부분에만 집중하기보다 심리·정서적 부분을 포함해 맞춤형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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