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체로 칼춤 추는 풍자화 … 野, 국회서 전시하려다 강제철거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1.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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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비방 목적 안돼"
野 "표현자유 꺾은 야만 행위"
與 "풍자 허울로 대선불복"
국회에 전시하려다 철거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풍자화.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강경파가 '언론 탄압' 논란을 일으켰던 예술단체와 손잡고 윤석열 대통령의 나체를 묘사하는 등의 정치 풍자 전시를 시도하다 강제 철거당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9일부터 닷새간 '굿, 바이전(展) 인 서울'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다. 전시회에는 정치 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는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작품이 상당수 포함됐다. 작품 중에는 윤 대통령이 나체로 김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포함됐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지난해 기자들을 희화화한 캐리커처를 전시해 언론 탄압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한국기자협회는 당시 전시에 대해 "상대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폭력이며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회 사무처는 전날인 8일 오후부터 세 차례 공문을 통해 "내규를 위반할 수 있는 작품은 전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로비 사용을 허가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돼야 하나, 내규에 의거해 전시 작품들을 8일 오후 11시까지 자진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사무처가 제시한 내규는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의 제6조 5호로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회사무처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조건부로 전시회를 허가했는데,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작품이 전시됐고, 철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품들을 강제로 철거했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민주당 출신 이광재 전 의원이다. 이 사무총장은 "지금은 이태원 참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우선됐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의원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다"며 "나중에 이태원 국정조사가 끝나고 나면 적당한 시기를 선택해서 전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원들 사이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야만적인 일이 국회에서 일어났다.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정신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풍자라는 허울로 예술을 스스로 칭하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며 "화합과 협치로 이끌어야 할 책임 있는 제1야당이 갈등과 분열을 선동하는 것은 국민께 심판받을 일"이라고 논평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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