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구·인테리어값 인상 불보듯 … 소비자까지 피해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3. 1.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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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대신 나무를 태워 발전소를 돌리는 것을 유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국내 목재업계가 유탄을 맞고 있다. 심각한 원료 부족난에 시달리면서 작년과 올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목재보드를 활용해 최종 소비재를 만드는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원가 상승 압박에 내몰릴 상황이다.

9일 목재업계에 따르면 동절기는 벌채 성수기로, 종이 원료인 펄프 제조용 목재칩 제조업체와 가구 소재인 중밀도섬유판(MDF)·파티클보드(PB)를 제조하는 합판보드업계는 벌채 비수기(5~9월)에 대비해 많은 양의 원목 재고를 비축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들의 원재료 비축량이 크게 줄었다. 한 목재보드 업체 관계자는 "보통 목재보드 업체들이 보름에서 한 달치 재고를 비축해두지만 최근에는 원재료 재고를 3일치에서 일주일치 물량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부터 목재산업계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유도한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독'이 됐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통해 발전사들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비례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지급하는데, 발전원·설비용량·설치 방식에 따라 가중치가 다르다. 석탄 대신 나무를 태워 발전소를 돌리는 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는 2.0으로 육상풍력(1.2)이나 태양광 발전보다도 더 높은 일종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나무 연료에 대한 발전소들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국내에서 초과수요 상태가 본격화됐다. 목재 업체 관계자는 "재작년 이맘때 국내산 소나무 가격이 t당 7만원대였는데 지금은 9만5000원까지 치솟았다"며 "1년 새 원재료 가격이 30% 가까이 뛰면서 합판보드업계는 손익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해외 원목 수입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목재산업계는 러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원목을 수입해오고 있지만 작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환율 상승으로 현재 해외에서 원목을 수입하려면 t당 20만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원목뿐 아니라 나무 쓰레기인 폐목재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목재업계 관계자는 "생활폐가구를 파쇄한 폐목재고형연료(Bio-SRF) 수요가 연 300만t 규모로 늘어난 반면 경기 침체로 생활폐가구 발생량은 30% 정도 감소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발전소들은 그동안 목재산업계에서 원재료로 사용되던 REC 미적용 대상인 신축건설폐목재(합판·각재)와 사업장폐목재(목재팰릿·목재포장재·전선드럼) 파쇄 재활용 우드칩까지 목재산업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재 원료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초과 수요가 지속되면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연쇄적인 가격 상승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매몰돼 국내 원목 공급 확대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합판보드협회 관계자는 "산림청이 에너지 수급을 맡은 관청이 아니다 보니 원재료 수급에 대해선 큰 관심 없이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유성진 한국목재재활용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산림이 633만㏊로 벌기령을 40년으로 잡고 단순 계산하면 매년 2000만t의 원목이 공급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500만t에 머물러 있다"며 "산림에서 1000만t이 공급된다면 임지잔재(가지목·말목)가 32% 발생돼 최대 1320만t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정책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무를 태울 때도 석탄과 마찬가지로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무분별한 인센티브를 손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55년간 바이오매스 발전과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추정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바이오매스의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의회는 최근 유럽 내 목질계 바이오매스 활용에 제한을 두는 지침을 통과시켰다. 규격과 상관없이 원목 전체와 나뭇가지·뿌리까지 재생에너지 보조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럽에서 바이오매스의 환경 파괴를 인정한 법안이 통과된 만큼 국내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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