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긴급대기·잦은 의료분쟁 … 외과도 '제2 소아과' 초읽기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1.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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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공의 63% "선택 후회"
20년간 매해 전공의 지원 미달
전문의 평균연령 53세 '최고'
"인건비·교육비 지원 늘리고
非고의 사고 형사처벌 면제를"

최근 상급종합병원들의 잇단 진료 중단 등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또 다른 필수의료 부문인 외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과 역시 전공의 지원 미달이 20년 넘게 이어져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에 대한 직접적 자금 지원, 형사처벌 부담 해소 등을 통해 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외과학회가 지난해 전국 수련병원의 1~4년 차 외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총 471명 중 298명(63.2%)이 인턴 수료예정자 혹은 수료자 신분으로 되돌아간다면 다른 과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외과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이 163명, 아마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67명,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68명으로 집계됐다.

외과 기피 현상은 전공의 지원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여 년간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의 100%를 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마저도 2017~2021년 약 90%에서 2022년 76.1%, 2023년 77.0%로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젊은 의료인력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아 전문의 평균 연령도 주요 과 가운데 가장 높은 53세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10년 내 외과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순섭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는 "전문의들이 적게는 월 3~4회에서 많게는 10회까지도 집에 못 간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외과 전공을 포기하고 상급병원을 떠나 동네에 의원을 여는 전문의들도 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국내 외과 전문의 6554명 중 998명이 '표시과목 미표시'로 개원했다.

의사들 사이에서 외과가 외면받는 이유로는 낮은 의료수가가 꼽힌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 수술이 많음에도 돌아오는 보상이 낮아 전공의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잦은 의료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기피 원인으로 거론된다.

의료계는 응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공의와 수련교수에 대한 인건비, 교육비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마련하고 해당 인력에게 각종 지원금이 곧바로 지급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는 "먹고사는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고 사명감만 강요하며 눈에 보이는 차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필수 의료를 살리는 데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특례법으로 의료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불가항력적인 사고에는 국가책임보상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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