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간첩단 보도에 "위기 탈출용 공안사건 조작"반발
진보당 "압수수석 영장 불법 입수 경위 밝혀야"…민주노총 제주본부 "반전평화 등 지령으로 왜곡"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제주지역에서 북한 지령을 받고 간첩단 사건에 진보당과 민주노총 등이 연루됐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단독보도에 대해 진보당이 “압수수색 영장 불법 입수 경위 먼저 밝혀라”라며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사건 조작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시민사회단체 역시 자신들의 통상적인 활동을 북 지령으로 왜곡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간첩 발본색원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9일 1면 톱기사 “민노총·시민단체 앞세워 투쟁하라”에서 국내 진보정당 간부 A씨 등이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대남 공작원을 만나 제주도에서 'ㅎㄱㅎ'라는 지하조직을 설립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반정부, 이적활동을 해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과 경찰 등이 5년 이상 해당 사건을 수사했고 지난해 말 두 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압수수색 영장 등에 따르면 A씨는 제주 노동계 간부 B씨와 농민운동하던 C씨 등 2명을 포섭해 'ㅎㄱㅎ'을 조직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까지 북한에서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반미 투쟁 확대” “윤석열 규탄 배격” “한미 군사 훈련 중단” “반보수 투쟁” 등 구체적 지령을 받았고 일부 지령을 실제 이행한 뒤 북한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진보당은 “조선일보는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일조하며 낡은 '색깔론'을 유포하는 것에 앞장섰는데 이번에도 조선일보는 아직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내용만을 근거로 간첩단 사건으로 둔갑시켰다”며 “조선일보는 '압수수색 영장'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고 불법적으로 입수했거나 압수수색 영장과 다른 허위사실을 기사로 쓴 것이라면 그에 따른 책임도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당은 “'윤석열 검찰'이 조선일보에 압수수색 영장을 흘린 것이라면 '피의사실 유포'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최근 윤석열 정권이 소위 '민중자통전위' 등 국가보안법 사건을 통합해 전국에서 가장 큰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 직후에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온 것을 보면, 윤석열 사단의 핵심인 검찰이 조선일보에 흘린 것으로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과거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던 점 등을 반영하여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넘기기로 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가 원칙임에도 윤석열 정권은 경찰을 건너뛴 채 국정원과 검찰의 공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 이양 1년을 앞두고 수사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윤석열 검찰은 위기 탈출 국면전환용으로 '공안 사건 조작'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은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무인기 대응 실패' 등과 사건으로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고조되고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국면전환용으로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꺼내 들었고 이번 사건도 정치적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탄압하고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 위한 명백한'공안사건 조작'”이라며 “정권의 위기를 구시대적인 공안 조작 사건으로 결코 모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도 이날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통상적으로 진행해 왔던 반전 평화나 진보 정당 지방선거 후보 지지 기자회견 역시 (북한) 지령에 의한 것으로 호도, 왜곡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반노조 정책 기조를 뒷받침하면서 노동 개악과 사회적 퇴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국정원과 검찰,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바와 다르게 우리는 지령이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근거로 묘사한 보도를 용납할 수 없고, 진보세력 탄압에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도 이날 입장을 밝혔다. 공안탄압 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된 내용만 토대로 간첩단 사건으로 부풀려지고, 노동계와 농민계,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연관된 것처럼 보도된 것은 진보진영에 대한 탄압이자 공안사건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집회신고를 내고 제주공항 등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했던 통일운동부터 해군기지 폐쇄 기자회견 참석, 진보정당 후보지지 선언 기자회견 참석까지 친북활동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제주에서 상영회가 이뤄진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는 2018년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공개됐던 영화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공개적으로 상영회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 “'정당·노조 침투' 제주 간첩단 적발… 빙산의 일각일 것”을 통해 “북한 김여정이 지난해 11월 담화를 통해 '(남한) 국민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선동에 나선 것이 새삼 예사롭지 않다”며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ㅎㄱㅎ'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방첩 당국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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