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지수 80% 급락 … 해운株 호시절 끝났나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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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지수 26주째 하락
HMM 고점대비 61% 떨어져
수요 둔화로 영업적자 전망도
KODEX운송ETF도 38% 뚝
벌크선, 中리오프닝 수혜 기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후 기록적인 주가 급등을 보여준 컨테이너선 해운주가 경기 침체 우려에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류 수요 감소로 수익성 지표인 운임지수가 고점 대비 79% 급락하면서 일각에선 향후 영업 적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대표적 컨테이너선 해운주인 HMM 주가는 2021년 5월 기록한 고점(5만1100원)에서 61% 하락한 1만9950원에 9일 거래를 마쳤다. HMM은 팬데믹 충격 이후 주가가 최대 16배 상승하며 '흠슬라(HMM+테슬라)'라고도 불렸지만 최근 주가는 추세 전환의 빌미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짐슬라'로 불린 컨테이너선 해운주 '짐 인티그레이티드 시핑 서비스(ZIM)' 주가도 고점 대비 81% 하락했다.

한국거래소(KRX) 운송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KODEX 운송' ETF는 2021년 7월 고점에서 38% 하락했다. KRX 운송지수엔 HMM 비중이 18.4%에 달하며 대한항공(23.6%)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항공·물류 관련주도 KODEX 운송 ETF에 포함돼 있지만 HMM 주가 흐름과 유사한 추이를 그리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1년 동안 HMM 주식을 각각 1335억원, 497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연기금도 364억원어치를 팔았다.

컨테이너선 해운주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운임지수 급락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의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 15개 항로의 스폿 운임(계약 운임)을 반영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4.2% 하락했다. SCFI는 지난해 26주 연속 떨어졌다. 지난해 초 최고점 대비 79% 급락했다. 연말 효과로 지난해 12월 30일 소폭(0.04%) 반등했지만 재차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인력 부족 등 공급 병목 요인이 남아 있음에도 수요 둔화로 운임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폿 운임은 손익분기점 레벨까지 하락한 가운데 선사들은 공급 축소를 통한 '운임 버티기'를 계속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익성 지표인 운임이 하락하면서 해운주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HMM의 올해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7%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이익도 56%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선 적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경기 둔화 지속을 전제로 "2023년엔 팬데믹 시기에 생긴 운임 프리미엄이 모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HMM의 영업 적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장기 화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운임 할인이 계속 진행 중으로 시장 운임 방향성을 이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의 주가 하락으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매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추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2.7배), 2021년(1.2배) 대비 크게 낮아진 것이다. 2002년 기록했던 최저 기업가치(0.3배)에 근접한 수치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컨테이너선과 반대로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 종목의 경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벌크 수요 회복이 제한됐기에 향후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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