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출석 D-1 “야당 탄압” 비판···설 민심 촉각
윤 정부 비판하며 지지층 결집 도모
민주당 ‘단일대오’ 속 설 민심 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검찰의 성남FC 의혹 사건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를 맹비판했다.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두고 당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엄호하면서 이 대표 검찰 출석이 설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권력으로 야당을 탄압한다고 해서 무능과 무책임이 가려지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검찰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가리려는 목적으로 자신을 수사한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를 향해선 “국가의 양대 축인 민생과 안보가 뿌리째 흔들리는 가히 ‘참사 정권’이라 할 만하다”며 “국정기조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고 대통령실과 내각을 개편해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 정권이 ‘뻔대기’ 정권 같다. 뻔뻔하고 대책 없고 기가 막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당 한반도평화경제특별위원회 출범식에도 참석해 “평화가 곧 안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면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도 대동할 예정이다. 최고위원 상당수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와 동행 의사를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최고위원들, 당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많이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수사에 맞서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날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지지자 결집을 호소하는 글도 남겼다. 한 유튜브 사회자가 “이 대표를 공격하는 분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모두 한번 같이 해주세요. 총구는 밖으로”라고 적었다. 이 방송 이후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총구는 밖으로 해야 한다’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를 엄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적 제거·정적 숙청을 하려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국민은 다시 촛불을 들 것이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새로운 정권이 윤석열 세력을 단죄할 것”이라며 “누가 후임이 되어도 윤 대통령 자신도 공정한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사골국도 적당히 우려야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검찰 출석 후 설 민심이 어느 편으로 돌아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관계자는 “설 밥상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올라 중도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제1야당 대표를 무리하게 소환한 정부·여당에 중도층 민심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이틀 뒤인 오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민생·외교·안보 참사에 대해 비판하고, 검찰 출석에 대한 소회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검찰 수사의 문제를 지적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이 설 연휴 이후에도 이 대표 2차 소환이나 당대표실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및 체포동의안 발송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은 민주당에 악재다. 검찰은 성남FC 의혹 사건뿐 아니라,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도 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의 대응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지도부가 동행하고 지지자들이 연호를 하면, 국민들이 민주당을 민생보다는 이 대표의 방탄에 전념하는 정당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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