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마음으로 끝을 장식하고 싶다”…원로 연극인들 ‘늘푸른연극제’ 막 올랐다

허진무 기자 2023. 1. 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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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늘푸른연극제에 참여한 연출가들과 배우들이 9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쇼온컴퍼니 제공

나이 든 배우들은 무대를 앞두고 소년소녀처럼 설레했다. 얼굴과 손은 세월에 주름졌지만 연극 내공으로 다져진 목소리는 극장 구석까지 또렷하게 뻗어나갔다. 배우 박승태(76)가 말했다. “연극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을 장식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많이 와주십시오.”

한국의 원로 연극인들이 참여하는 ‘늘푸른연극제’가 올해로 제7회를 맞았다. 연출가 김우옥(89)의 연극 <겹괴기담>이 더줌아트센터에서 앞당겨 공연됐고, 이어 배우 박승태의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 연출가 김성노(65)의 <영월행 일기>, 배우 정현(78)의 <꽃을 받아줘>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막을 올린다. 배우 전무송(82)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김우옥은 9일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겹괴기담>을 소개하며 “늘푸른연극제는 저에게 젊음을 가져다 준 가장 좋은 기회”라며 “영상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말로만 하는 연극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관객들이 어려워했던 것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개막작 <겹괴기담>은 2개의 공포담이 5개 공간에서 교차하며 펼쳐지는 구조주의 실험극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우옥은 2006년 서울아동청소년예술축제 예술감독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16년 만에 복귀했다. 1982년 국내에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는 관객들이 당혹스러워했지만 40년 뒤인 지난해에는 젊은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0~11월 더줌아트센터에서 먼저 공연됐다.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의 주인공을 맡은 박승태는 “‘언제쯤 늘푸른연극제에 선정될까’ 기다려왔는데 얼마나 행복하게 작업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은 안중익의 단편소설 ‘문턱’이 원작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배롱나무꽃으로 환생하듯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공연한다.

<영월행 일기>를 연출한 김성노는 “1995년 작품을 2023년 무대에 올리는 것이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요즘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작가 이강백의 작품인 <영월행 일기>는 한국 연극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고서적 연구회’ 회원들이 고문서 ‘영월행 일기’의 진품 검증을 위해 모이는 내용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실험적 기법이 돋보인다. 오는 28일부터 2월5일까지 공연한다.

<꽃을 받아줘>의 연출과 배우를 모두 맡은 정현은 “새로운 배우들이 나오니까 또다른 맛이 난다”며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공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꽃을 받아줘>는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정현은 이 작품으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2월8일부터 12일까지 공연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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