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횡령의 사슬, '회계'하고 '감사'하라
꼭 1년 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2215억원이라는 엄청난 횡령 자금으로 주식 투자와 금괴 구입 등을 한 기상천외한 사건이었다. 회사는 100일가량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됐다. 후유증은 여전하다. 최근 이 회사 주주들은 "회사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지라"며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로부터 넉 달 뒤 드러난 우리은행 직원의 697억원 횡령 사건은 횡령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한껏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 직원은 10년 이상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같은 업체를 맡았다. 자금이 철저하게 통제돼야 하는 은행에서 발생한 사건에 금융계 인사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횡령 사건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닐 터. 과거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3년간 외부감사 과정에서 감사인이 부정을 발견한 사례들을 보니 건수도 늘지만 금액과 방식이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실제로 부정행위 주체로 전·현직 경영진이 일반 직원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회계부정 사례 중 '직원이 거액을 횡령했다'에 더욱 관심이 쏠릴 법하지만, 경영진이 부정한 목적으로 회사를 도구화해 횡령·배임하는 사례가 더 흔하다는 얘기다. 횡령 주체에 임직원이 따로 없고, 이는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자본시장 교란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회계·감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도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선 외부감사인이 더욱 유의해야 하며, 부정한 사례가 발견될 시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횡령 사건은 회계·감사로 사전에 발견할 수 있기에 그런 풍토를 만드는 데 힘써달라는 의미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해 연임 직후 "회계는 국가 인프라와 같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교란을 막는 파수꾼이 외부감사인이라는 뜻이다. 금융당국의 당부와 한공회장의 선언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회계·감사를 통해 올해가 황당한 횡령 사건 증가의 사슬을 끊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김명환 증권부 ter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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