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깨서 빚부터 갚았어요”…영털된 영끌, 치솟는 금리에 빚테크[머니뭐니]

2023. 1.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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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대출 모두 2%대였던 금리가 5%대로 올라 한 달에 내는 돈이 90만원에서 150만원대로 뛰었다.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최근 몇 년간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끌어다 쓴 이중채무자가 역대 최대치로 늘었던 것이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구간의 경우 5.94~7.868%로 금리 상단이 8% 목전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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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주담대·신용대출 동시차입자 비중 38%
“여유자금 생기면 빚부터 갚는 빚테크족 ↑”
9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상단 8%대
강병원 의원 “고통분담 위한 노력 절실”
2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5년 전 신혼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모두 당겨 받았다. 하지만 두 대출 모두 2%대였던 금리가 5%대로 올라 한 달에 내는 돈이 90만원에서 150만원대로 뛰었다. 이에 이자율 4.6%짜리 적금을 해지해 신용대출부터 중도 상환했다. 원래 적금에 130만원씩 넣었지만 앞으로는 월급 중 100만원을 중도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50만원만 적금에 넣을 계획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신용대출을 함께 보유한 이중채무자가 하락세로 전환,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치솟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들이 빚부터 갚는 빚테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누적 기준 40%가 넘는 차주들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 보유하고 있어 서민들의 빚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빚부터 갚았다…주담대·신용대출 동시차입자 비중 소폭 하락

9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지난해 3분기 신규주담대(은행·비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동시 차입’ 상태인 대출자 비중은 3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새로 주담대를 받은 사람 100명 중 이미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함께 받은 사람이 38명이라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해당 비중은 지난 2021년 3분기와 4분기 44.1%를 기록하며 집계 이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최근 몇 년간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끌어다 쓴 이중채무자가 역대 최대치로 늘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이중채무자의 비중은 급격하게 하락세로 전환, 30%대까지 감소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본격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 2분기에는 36.5%까지 떨어졌다. 급격한 인상에 대출 심리가 얼어붙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금리상단 여전히 8%대…“여유자금 생기면 빚부터 상환”
최근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이 같은 현상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날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구간은 4.93~8.11%로 금리 상단이 8%대를 지속하고 있다. 5년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 구간 역시 4.63~6.679%로 지난해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구간의 경우 5.94~7.868%로 금리 상단이 8% 목전까지 갔다.

치솟는 주담대·신용대출 금리에 영끌족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에 중도상환을 하는 사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7) 씨는 “평소 빠져나가던 돈에서 두 배가 넘는 돈이 이자로 빠져나가니 생활이 빠듯해지고 숨이 막혀온다”며 “지금 사는 집의 빚을 갚기 위해 이번 달에도 목돈을 들여 중도상환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쌀 때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다른 데 투자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준이 아니다”며 “고객들이 여유자금이 생기면 일단 갚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빠른 대출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누적 기준 이중채무자 비중이 42.8%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불어나는 이자가 경제와 금융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 의원은 “이중채무자 비중이 여전히 40%를 웃도는데 금리가 치솟는다는 건 국민경제 전반에 비상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고통 분담을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로 대환대출과 보증연장, 채무 재조정 등 차주 개개인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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