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강제동원 해법안까지…尹정부 새해 외교안보 '살얼음판'[용산실록]

2023. 1. 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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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태세 늑장발령 등 軍 총체적 부실대응 논란
정전협정 위반·北내통설까지…핵심은 ‘안보공백’
12일 강제동원 해법 공개토론회 앞두고 긴장감
피해자측 참석하기로…의원연맹-외교부 공동주최는 ‘무산’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응하는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한 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김포 상공에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8m 길이의 소형 북한 무인기가 서울을 등지를 5시간 넘게 활보한 사건으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시사하며 강대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 군의 부실대응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일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강제동원 배상 해법안을 두고 공개토론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며 각종 개혁 드라이브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서 외교안보 리스크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현재 우리 군의 부실대응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8일 군 당국의 전비 태세 검열 중간 결과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시 공군작전사령부가 대공 작전에 돌입하는 ‘두루미’를 발령한 시간은 낮 12시 전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초 무인기 추정 항적이 포착된 오전 10시19분, 무인기로 식별한 10시25분을 감안할 때 90분이 넘게 영공이 방치됐던 것이다

또한 육군 1군단은 미상 물체가 무인기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도 즉각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도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파하지 않았고, 수방사는 수방사 방공여단이 운영하는 레이더로 오전 10시50분쯤 자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잇따라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지시를 내렸다. 지난 4일 무인기 대응 전략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이같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에 대한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이 무인기 1대에 대해 “우리는 무인기를 2대 또는 3대를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상호 간의 영공을 침범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무인기가 대통령실 중심의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다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자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1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의 핵심은 ‘안보공백’이다. 국방부가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의혹을 부인하다 10일 만에 침범 사실을 인정하면서 총체적 부실 대응과 거짓해명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리 영공 방어에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음에도 책임자 문책이 없다면 논란은 장기화되고 국민적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광주 서구 광주광역시의회 시민 소통실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 강제 동원시민모임, 소송대리인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력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연합]

외교분야에서는 오는 12일 강제동원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역력하다. 이번 토론회는 사실상 마지막 의견수렴 절차 과정으로, 이후에는 정부 최종 해법안을 발표하는 절차만 남았다.

이번 토론회에는 지난해 4차례 개최된 민관협의회에 불참을 선언했던 피해자측이 참석하기로 결정하면서 주목되고 있다.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병존적 채무인수’(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존재하되 제3자가 채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최대 목표로 세운 윤 대통령의 대일외교에 중대 분기점이 될 공개 토론회를 앞두고 여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초 한일의원연맹과 외교부가 공동 주최하기로 했던 토론회는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정진석 연맹 의장과 외교부의 공동 주최 토론회로 조정돼 열릴 예정이다. 야당 의원들은 상의 없이 연맹과 외교부의 공동 주최로 토론회가 개최되는 것을 지적했다.

핵심은 피해자측이 동의하는 해법안을 모색하느냐의 여부다. 과거사 문제는 피해자측의 동의는 물론, 국민적 동의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제기되는 피해자측의 지적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이미 해법안을 마련해 놓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공개토론회가 최종 해법안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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