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19살 신인에서 아기 엄마로…뮤지컬 인생 2막 열렸죠"
20년 차 뮤지컬 외길 인생…"뮤지컬은 내 인생, 행복하게 오래 연기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천방지축이지만 사랑스러운 마녀, 화려한 고대 이집트의 공주, 욕망을 숨기고 있는 매혹적인 공작부인….
매번 개성 넘치는 역할로 무대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줬던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평범한 '워킹맘'으로 관객과 만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프덴' 국내 초연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할을 맡은 정선아는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프덴'을 "20년 뮤지컬 인생의 2막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프덴'은 사소한 선택으로 갈라진 한 인물의 두 가지 일생을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이야기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39살의 이혼녀로 취업 시장과 애정 전선에 뛰어든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삶을 통해 임신과 육아, 직장과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 많은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지난해 출산 후 첫 복귀작으로 '이프덴'을 선택한 정선아는 "임신과 출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이거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나'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엄마로서 제 인생 2막의 첫 단추가 이 작품으로 잘 끼워진 것 같아요. 엄마 '리즈'의 모습을 보여줄 땐 연기를 거의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오더라고요. 보는 관객들도 이질감 없이 '인간 정선아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며 사랑해주셔서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 '위키드'의 마녀 글린다 등 무대에서 특색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에게 사실적인 연기가 필요한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했다.
"관객과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역할, 더 세밀한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었다"는 그는 "그런 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였는데 출산을 하고 나니 용기가 생기더라"며 웃었다.
"지금까지 관객들이 좋아해 줬던 모습과는 다른 역할이라 걱정이 됐죠. 대사량도 다른 작품에 비해 정말 많아서 처음으로 나머지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걱정을 극복하는 방법은 연습뿐이었죠. 다행히 관객들 반응도 좋아서 배우로서 한 발짝 더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19살의 나이에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정선아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20년간 영화나 드라마에는 한 작품도 출연하지 않고 오로지 공연에만 매진한 뮤지컬 '외길 인생'이기도 하다.
다른 매체에 눈 돌리지 않고 뮤지컬에만 매진한 이유를 묻자 "공연이 더 좋아서"라는 단순한 대답을 내놨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있을 때 '내가 이것 때문에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요. 더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눈 돌릴 틈도 없었고요. 동료 뮤지컬 배우들이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고 멋있지만, 저는 아직 뮤지컬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줄곧 주연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 해온 그지만 데뷔 10년 차쯤에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19살 때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배우'로 뮤지컬 인생 1막을 시작했어요. 어린 나이에 목표하던 꿈을 다 이루고 나니 제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공허해졌죠. 제게 주어진 모든 재능과 주변 사람들이 다 감사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멋 모르던 어린 시절엔 '박수 칠 때 떠나겠다'는 패기 넘치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 누구보다 오래 행복하게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간 '노래 잘한다'는 칭찬은 넘치게 받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정말 공감 간다, 내 얘기 같다'는 반응을 받고 메시지가 주는 힘을 느꼈어요. 이제는 큰 욕심 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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