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라운지] 주변 전셋값 떨어지는데 … 공공임대 보증금은 올라
매년 물가상승 반영해 책정
가격 떨어져도 임대료 올라
부동산시장 침체로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도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오르고 있다. 시세 변동과 관계없이 매해 물가상승률이 임대료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2년 4차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최근 실시했다.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을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들여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무주택 서민(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도 매번 매입임대주택의 저렴한 임대료를 적극 내세워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모집하는 2022년 4차 매입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이전 1~3차보다 높다. 요즘과 같은 부동산시장 한파로 전셋값이 급락하면 매입임대주택의 임대료 역시 덩달아 떨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서울 영등포구 소재 신혼부부용 매입임대주택인 '진성에코빌(다세대주택)'의 임대료는 전용면적 49㎡(2층)가 이번에 보증금 2억3545만원으로 책정됐다. LH는 지난해 9월 이 주택의 동일 면적(3·4층)을 보증금 2억3128만원에 계약한 바 있다. 불과 석 달여 만에 보증금이 400만여 원 오른 셈이다. 비슷한 시기(2022년 9~11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격지수가 101.6에서 100.5로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 매입임대주택인 혜성팰리스(도시형생활주택·전용 28㎡) 역시 지난 석 달 사이 보증금이 9372만원에서 9397만원으로 25만원 상승했다.
이는 시세와는 관계없이 매년 물가인상분이 매입임대주택 임대료에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2022년 4차 모집분은 계약일이 2023년이라 또 한 차례 물가상승분(주거비물가지수 상승분·2.8%)이 더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임대료가 동결(연장 계약에만 해당)되다 보니 올해 신규 계약하는 주택의 임대료는 체감 상승폭이 더 큰 것이다.
매해 오르다 보니 요즘과 같은 가격급락기에 매입임대주택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높아진 경우도 발생했다. 진성에코빌 인근에 있는 전용 48㎡ 다세대주택(2018년 준공)은 지난해 7월 월세 없이 보증금 2억6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시세보다 최대 40% 저렴하다는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바로 옆 주택보다 보증금 900만원과 월세 26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경제 상황과 시장가격의 변동을 무시한 채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한 임대료 책정은 서민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세 반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LH 관계자는 "최초 시세평가 이후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만 반영해 임대 조건을 산정하고 있다"며 "잦은 감정평가는 비용과 시간을 동반해 신속한 입주를 저해하고 공공재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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