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재건축도 단 1명 … 썰렁한 경매시장
12월 전국 낙찰률 27% 불과
고금리에 투자자 응찰 머뭇
목동·신림 등 세차례 유찰
"저가에 내집마련 기회도"
지난 4일 방문한 서울북부지방법원 101호 입찰 법정.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주인 서울 노원구 아파트를 포함해 총 26건의 경매가 진행되는 날이었지만 법정 안은 한산했다. 낙찰자를 대상으로 대출 알선 영업 중이던 A씨는 "재작년 같았으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을 텐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는 8건을 제외하곤 응찰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고, 비교적 관심 매물이었던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59㎡도 1명이 단독 응찰해 5억5000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이마저도 앞서 두 차례 유찰돼 감정가(7억7500만원)의 71% 수준에 낙찰이 이뤄졌다. 낙찰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입찰가가 매매시장의 최저호가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단지의 같은 면적 급매물은 호가가 5억9000만원이며 이를 제외하곤 대부분 6억~7억원대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해지면서 경매시장에도 역대급 한파가 닥쳤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18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월간 경매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754건으로 이 중 483건이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낙찰률은 27.5%로 월간 집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2004년 12월(27.3%) 이후 최저치다.
경매시장에서 수요자들이 몸을 사리는 것은 결국 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매 매물에 낙찰돼도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선뜻 응찰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다. 아파트 경매로 집을 마련하려는 40대 직장인 전 모씨는 "확실히 1년 전보다 좋은 입지에 들어선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금리 때문에 자금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 결국 포기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에 관심이 많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매물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전세보증금과 대출로 경매 대금을 마련할 계획인데, 최근 전세가격이 급락해 전세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선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반값까지 내려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양천구 목동 목동한신청구 전용 84㎡는 지난해 9월 감정가 16억300만원에 첫 경매를 실시했지만 세 차례나 유찰됐고, 오는 18일 최저 입찰가 8억2074만원에 네 번째 경매가 진행된다. 이는 2020년 실거래가 수준이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전용 84㎡도 지난해 감정가 12억6200만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역시 세 차례 유찰된 끝에 최저 입찰가가 6억4614만원까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매 물건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급격한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들이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쏟아져 나올 시점이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1.25%로 출발한 기준금리가 3%를 넘긴 건 작년 하반기였다. 2배 이상 오른 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주택들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건 올 하반기"라며 "물건이 많아짐에 따라 수요가 분산되면 저가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희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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