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서 고전하는 K배터리 3社

전세계 자금시장 경색 심화로
SK온·포드차·코치그룹 추진
튀르키예 합작공장 무산 위기
LG엔솔 애리조나 자체 공장
투자 재검토하나 결론 안나
포드와 유럽 합작 나설수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 세계 자금경색이 K배터리를 흔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자금경색으로 한국 배터리 3사가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SK온, 미국 포드, 튀르키예 코치그룹이 유럽 내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에 대한 철회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포드가 유럽 합작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과 진행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 포드, 코치그룹이 튀르키예에 설립하려던 배터리 합작 공장에 대한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3월 SK온은 포드, 코치와 3자 합작법인(JV) 설립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지역에서 2025년부터 연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투자 규모가 3조원대에 달했던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 세계 자금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합작 공장 설립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다. 일각에선 SK온이 외연 확장보다는 헝가리 자체 공장의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3월 MOU 체결 이후 튀르키예 JV건을 협의해왔으나, 현재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협상 중단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SK온은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초만 해도 상장 전 유치(프리IPO)로 4조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결국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출자했다. 한국투자PE는 SK온에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는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자금 신청에도 나섰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대출 프로그램에 지원해 3조~5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기차와 함께 신사업이다 보니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데 지금 국내 업체는 사정이 만만치 않다"며 "공급이나 JV 제의가 들어와도 계산기를 계속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1GWh 규모의 자체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6월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여파로 당초 계획했던 투자비보다 더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투자 재검토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이후 추가 JV 설립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증설 투자자금 여력이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선 완성차 업체가 JV를 설립할 때 삼성SDI를 가장 먼저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삼성SDI는 보수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으로 미국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 세계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유럽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CATL은 지난해 말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CATL은 그동안 중국 내수만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유지했다. CATL의 첫 해외 생산기지인 에르푸르트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공급될 예정이다. CATL은 유럽에 두 번째 해외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헝가리 데브레첸에 73억4000만유로를 투자해 2027년까지 100GWh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정유정 기자 /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