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개혁 외 살 길 없다”…‘3대 개혁’ 업무보고 완료

유정인 기자 2023. 1. 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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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협조 없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 2023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개혁 이외에 우리가 살 길은 없다”며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끝으로 ‘3대 개혁’ 주무부처의 업무보고가 완료됐다. 각 부처가 밝힌 로드맵에 맞춰 개혁 드라이브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개혁 속도전을 강조한 반면 “정치적 타협”은 후순위로 뒀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 없이 제도 개편 속도전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치적 의도’와 거리를 뒀지만 지지층 결집 방안이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하며 “선택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개혁은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 3대 개혁을 재차 ‘기득권과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앞서 신년사에서 ‘귀족 강성 노조’를 언급하며 기득권과 타협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을 미룰 수 없다”며 “개혁의 목표는 오로지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5개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개혁 필요성을 거듭 말했다. 복지부와 노동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이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밝히는 자리의 슬로건도 ‘개혁으로 다져가는 튼실한 복지국가’라고 붙였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부처 업무가) 정치나 선거, 진영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고 정말 국민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두고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3대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진영별로 입장이 갈려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두고는 “노동 개혁을 ‘3대 개혁’으로 금년도 주요 국정과제로서 제시한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사업주, 자본가, 돈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노조’ 기조의 노동 개혁 방향은 거듭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강조하며 “경제가 성장이 되고 기업이 자꾸 번창을 하게 되면 자연히 국민들의 실질임금은 올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의 ‘제1 타깃’으로 삼은 노조를 향해서는 “투쟁으로 올라가는 임금 상승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소수의 어떤 특정 노동자, 어떤 특정 노총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만이 아닌 전체 임금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개혁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은 후순위로 명시했다. 그는 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치적 타협이라든가 의석수의 표결은 마지막 상황에서 하는 것이지 충분한 숙의와 과학적인 어떤 조사 이런 것들이 바탕이 돼야 문명국가이고 지성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정치적 타협만 남도록 준비해달라”고도 했다.

속도전은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도, 혁신, 개혁을 정말 속도감 있게 (해야만) 국민들이 체감을 한다”며 “(배를 탔을 때) 빠른 속도로 가야 ‘아 내가 지금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구나’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전 주문과 별개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국회에서의 관련법 개정이 필수다. 노동부는 오는 8월까지 모든 노동개혁 입법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복지부도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민의 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도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등 ‘4대 교육개혁’ 법제화를 올해 주요 업무추진 목표로 들었다. 야당의 협조 없이 입법이 어려운 여소야대 국회인데다 대통령실과 야당, 국회 내 여·야 관계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정치적 타협’을 개혁 추진의 후순위로 두면서 야당과의 협치 가능성은 조금 더 닫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8개월간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됐다.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가 계속되는 한 협치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결국 국민 여론으로 야당을 압박해야 ‘좁은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과 국회에 개혁 취지와 진행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해주기 바란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국민과 함께 추진할 때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당이 동의를 안해주면 ‘되는 일이 없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국민 여론을 지렛대 삼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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