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물러간 곳곳 폐허로…우크라의 힘겨운 겨울나기
[앵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거센 공격에도 수도 키이우를 지켜냈지만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와 이르핀에는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주민들은 부서진 건물에서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조성흠 특파원입니다.
[기자]
검붉게 녹슨 차량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총알 구멍이 나있습니다.
키이우 외곽 도로변에 언덕처럼 높은 자동차 무덤이 생겼습니다.
작년 봄 키이우를 둘러싼 격전 중에 부서진 차량들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눈발마저 날려 황량한 풍경이지만, 누군가는 해바라기 꽃 그림으로 희망을 심었습니다.
키이우로 향하는 피란민들이 위태롭게 강을 건너던 다리는 아직도 끊어진 채로 있었습니다.
엿가락처럼 휘고 끊어진 다리와 강물에 거꾸로 처박힌 자동차가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 탱크를 저지하기 위해 폭파한 이 다리는 이제는 추모 공간이 돼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았습니다.
바로 옆에 대체 교량을 짓고 있지만 전쟁 중이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점령했던 부차와 이르핀에는 앙상한 뼈대만 남은 폐허가 즐비했습니다.
포격을 받은 아파트는 대부분 주민들이 떠났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위험천만하게 지내는 주민도 있습니다.
테이프와 비닐로 간신히 외풍을 막았지만, 그마저 찢어져 바람에 날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러시아군에 학살당한 민간인들이 묻힌 부차의 공동묘지는 추운 날씨 속에 적막한 모습입니다.
열여섯살 소녀의 묘에는 꽃과 인형이 놓여 있었고, 전사자를 기리는 국기만 바람에 펄럭입니다.
한때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는 물러갔지만, 시민들이 폐허를 딛고 일상을 되찾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키이우에서 연합뉴스 조성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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