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김기현vs'윤힘' 안철수 설전…나경원 출마가 관건
청년당원 100인, 나경원 출마 요청…"답정너 전대 안돼"
안철수 출마선언…"尹실패하면 미래 없다" 자기정치 일축
김기현 캠프 개소식 勢과시…MB 축전 눈길
[이데일리 박태진 경계영 이유림 기자]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여당 지지층 대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출마 부담이 커진 탓이다. 나 부위원장으로서는 조속히 결단해 논란을 매듭지어야 할 상황이 됐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출산 시 부채탕감’ 정책 발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지난 5일 나 부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정책에 대해 하루 뒤 안상훈 사회수석이 직접 나서 “정부 정책 방향과 다르다”고 해명을 하는가 하면, 8일에는 부위원장직 해촉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정책 발표 과정에서 정부 내 논의나 조율을 거치지 않고 개인 플레이를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두 중책을 받아놓고도 직에 충실하지 않다는 불만이 임계치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는 나 부위원장에게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이다. 지지율과 인지도, 경륜 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대통령실의 뜻에 역행해 출마를 결단했는데도 당선되지 못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 안팎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조사 당원 지지율 압도적 1위인 나경원 부위원장은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달라”며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됐으니 당원들은 정해진 대로 투표나 하라는 식의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들께 큰 실망을 안길 뿐”이라고 말했다. 비윤계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잠행도 길어지고 있다. 10일과 11일 이틀간 대구에서 머물며 언론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하는데 이 자리에서 입장 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8일 나 부위원장과 유 전 의원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더이상 윤핵관 같은 키워드가 정치권과 언론에 도배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윤힘’이냐 ‘윤심’이냐…안·김 설전
일찌감치 출마를 결정한 당권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의 당대표 출마 선언과 김기현 의원의 캠프 개소식이 열렸다. 이들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며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맨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힘에 기대는 당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께 힘이 되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저는 윤 후보와 대선후보 단일화를 했다. 저는 윤 정부 인수위원장”이라며 “윤 대통령이 실패하면 저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윤 대통령 성공에 저보다 더 절박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당의 이익보다 대권 욕심이 앞선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과 ‘수도권 출마론’을 놓고 공동 전선을 구축한 또 다른 당권주자 윤상현 의원이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4층에서 전당대회 캠프 개소식을 열고 세를 과시했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와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유준상·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 당 원로뿐 아니라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박수영·배현진 의원까지 참석해 장내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원까지 약 3000명이 참석해 건물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는 희생과 헌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당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거나 선사후공(先私後公)의 정신으로 당을 지배한다면 대통령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 의원이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을 두고도 안 의원과 김 의원 간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앞서 안 의원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대해 “김장 김치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3월이면 쉰다”며 견제구를 날렸고, 이에 김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요즘 AI(인공지능)가 있어서 김치냉장고보다 훨씬 더 아주 발달된 기술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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