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결국 '윤심'대로?…'윤심' 정리 수순에, 놓친 건 '반감 역풍'

박유미 기자 2023. 1. 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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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지난 주말 대통령실 관계자가 내놓은 공식 입장을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대통령실 메시지가 엄청 세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선거 개입”이라는 말들이 무성합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대출 탕감' 헝가리 사례를 신년 기자간담회(지난 5일)에서 언급했는데,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지난 6일)이 “정부 입장과 상당한 차이”라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주말 사이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 전 의원을 향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강한 비판 입장을 낸 겁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관련 부처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였고, 해당 입장이 과하게 해석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저출산고령위나 관련 부처에서 해명자료를 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사회수석의 공식 브리핑에 이어, 대통령실의 장문의 입장문은 사실상 나 전 의원의 전대 출마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윤상현 의원(KBS 라디오)도 “결국 어떤 정치적 복선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신년인사회. [사진=연합뉴스]
◇'유ㆍ안ㆍ나' 제거 수순?

당내에선 일찍부터 '윤심'과 먼 후보로 이른바 '유ㆍ안ㆍ나', 유승민ㆍ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꼽았습니다. 모두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있는 후보인데, 대통령과 크게 각을 세웠거나 세울 것이 우려된다는 점에서입니다. 최근 당대표를 '당원 100%'로 뽑는 걸로 바꾸는 걸 두고도,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걸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헌ㆍ당규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도 공감한다는 전언이 알려졌고, 과정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습니다. 다음으로 관심이 쏠린 건, 이른바 '윤핵관'끼리의 정리. 장제원 의원은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기현 의원과 이른바 '김장연대'를 꾸렸고,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주 출마 의사를 접었습니다.

이제 최대 관심사로 남은 건 나경원 전 의원. 나 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연대설과 정리설이 무성할 때도, 그동안 여권에선 “윤심은 아직 모른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2월 후보 등록까진 시간이 남아있고, 서로 '윤심'을 향해서 충성 경쟁 중인데 대통령이 나서 판을 좁힐 이유가 있겠느냐(여권 관계자)”는 것. “지금 직접 개입해서 얻는 이득보다는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여기엔 나 전 의원의 선전도 배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실이 직접 당권 주자를 겨냥하면서, 상황은 '윤심 개입'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앞서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를 정할 때도, 이준석 전 대표를 당에서 내보낼 때도, 당원 투표 100%로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윤심'이 알려지고, 당은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당 안팎의 '소리 없는' 반감도 꽤 컸습니다. 공천 때문에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지만 과정에 불편한 점이 있다는 정서입니다.

◇"'반감 역풍' 막판 최대 변수 될 수도"
그런데 공식적으론 정당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당원 100%' 투표까지 도입한 전당대회에서 '과도한 윤심 개입' 의혹이 불거진다면? "마지막 남을 가장 큰 변수는 '반감 역풍'이 될 수도 있다(여권 관계자)"란 말이 나옵니다. 마침 이번 전당대회는 결선투표까지 도입됐습니다.

최근에도 전례가 없지 않습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뽑히는 과정에서 '윤심'을 앞세웠지만, 결과는 당내 기반이 없는 이용호 의원이 42표(주 원내대표는 61표)를 얻으며 선전했습니다. 국회 부의장 선거에선 당내 '쓴소리'를 냈던 두 중진 후보가 결선 투표에 올랐습니다.

또 당심을 섣불리 예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수도권 당원 비중은 37%로, 당의 주축인 영남(40%)지역과 비슷한 규모로 커졌고, 20~40대는 약 33%로 늘었습니다. “책임당원 수가 이제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이건 누구도 경선 결과를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구조(정진석 비대위원장, 지난해 12월 발언)”라는 것이 당 지도부의 말입니다.

앞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2014년 전당대회에선 비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친박근혜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을 누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청와대가 나서 전대 분위기를 끌어갔지만 민심과 당심 모두 김무성 전 대표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대통령과 뜻이 맞는 여당 대표가 '사이좋게'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참으로 바람직하겠습니다만. '일사불란한 정리'에 남는 건 '반감 정서',반감 역풍'이 되는 건 아닐지.

JTBCㆍ글로벌리서치의 여론조사(지난해 12월 29~30일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해 “호감 가지 않는다(62.6%)”는 응답, 국민의힘이 '호감 가지 않는다(66.4%)'는 정서는 각각 60%가 넘습니다. 전대 결과도 결과지만, '윤심 개입 의혹'이 불거진 전당대회를 국민들은 총선에서 어떻게 평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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