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위성 등 우주쓰레기의 배신… 지구 위협 `우려가 현실로`
지름 10㎝ 이상 2.9만개 달해
선진국들 감시·대응체계 구축
우주 쓰레기의 지구 위협이 상상 속 일이 아닌 현실이 됐다. 특히 최근 들어 우주 쓰레기의 지구 추락이 잦아지면서 이를 사전에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기술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 지구관측위성, 한반도 상공 지나가=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날 오후 12시 20분에서 1시 20분 사이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ERBS'의 잔해물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현재까지 특별한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확한 추락 지점과 시각은 미국 공군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성은 미국이 1984년 10월 5일 챌린저 우주왕복선에 실어 발사한 후 지구 열복사 분포를 관측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무게는 2450㎏으로, 수명을 다해 지구로 추락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전 7시 위성의 추락 예측 범위에 한반도가 포함됨에 따라 경계 경보를 발령하고, 우주위험대책본부를 소집해 대비체계를 가동했다. 다만, 추락 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찰열에 의해 해체·연소돼 대부분 소실될 가능성이 큰 만큼 추락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일부 잔해물은 넓은 범위에 걸쳐 낙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름 10㎝ 이상 우주물체 2만9000개=이번 사례로 우주물체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님이 확인됐다. 우주물체는 지구에 추락하거나 충돌할 위험이 있는 자연·인공물체를 총칭한다. 고장난 인공위성, 로켓 본체나 로켓에서 분리된 페어링·부스터, 부서진 우주선 파편, 우주 비행사가 작업 도중 떨어뜨린 공구나 부품 등이다.
미국 NASA(항공우주국)와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레이더로 추적이 가능한 지름 10㎝ 이상의 우주물체는 약 2만9000개에 달한다. 그 중 연간 400개 이상의 대형 인공위성과 발사체가 추락하고 있고,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우주물체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무게 1톤 이상의 대형 우주물체는 대기권 마찰에도 전소되지 못하고, 20∼40%의 잔해가 흩어져 추락해 피해를 낳는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월 미국의 통신위성 '이리듐 33호(무게 0.7톤)'와 러시아의 군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0.9톤)'가 시베리아 상공에서 충돌해 10㎝ 이상 파편 1500여 개가 생겼다.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중국 로켓 창정 5B호의 잔해물이 남아메리카 서쪽 태양양 적도 해상에 추락했다. 2020년 3월에는 창정 3B호의 잔해가 중국 내륙에 떨어졌고, 같은 해 5월에는 창정 5B호 잔해가 추락해 파편 일부가 아프리카에 떨어져 건물을 파손시켰다. 지난해 7월에는 창정 5B호 로켓 잔해가 필리핀 남서부 바다로 추락하기도 했다. 미 NASA는 "대부분의 위성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대기권 마찰로 타는데, 일부 잔해가 대기권 진입 후에도 추락할 수 있다"며 "실제 사람에게 피해를 줄 확률은 940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총알보다 속도 빨라…감시·대응체체 필요=문제는 우주 쓰레기가 총알보다 빠른 초속 7㎞ 이상으로 날아다니며 운용 중인 다른 인공위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우주공간에서 초속 10㎞의 지름 1㎝짜리 구슬과의 충돌은 지구에서 1.5톤 트럭에 시속 70㎞로 받히는 것과 같은 충격이다. 위성의 주요 부분에 충돌하면 전체 기능 장애를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블망원경은 파편에 맞아 구멍이 나기도 했다.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파편에 맞아 창문에 흠이 났고 위성 태양전지판이 손상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미 NASA를 비롯한 우주 선진국은 우주물체 탐지, 위치 추적, 식별, 목록화 등 감시·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전략사령부와 NASA를 주축으로 광학과 레이더 감시 시스템을 운영해 우주감시네트워크(SSN)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은 14개국이 2008년부터 우주상황인식(SS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천문연을 '우주환경감시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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