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 했던 조선인 745명, 담배 명부로 확인

이선화 기자 2023. 1. 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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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도주를 기록한 1945년 6월 20일 자 사도광산 문서

일본 사도광산 측이 1945년 6월 20일에 작성한 '조선인 연초배급명부'(이하 연초명부)입니다. 연초명부란 사도광산 측이 담배를 배급할 때 작성한 문서입니다.

숙소에 머물던 11명 가운데 7명이 탈출했고, 3명이 검거됐습니다. 노동자가 일터에 나오지 않을 경우 보통 결근, 사직, 퇴사 등으로 분류하지만, 해당 문서는 '도주(逃走)'로 명시했습니다. 조선인에겐 처음부터 그만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도광산 연초명부

일제 강점기 일본 사도광산에서 노역했던 조선인 이름이 700명 넘게 확인됐습니다. 조선인이 사도광산에서 탈출하거나 임시허가를 받아 조선에 돌아간 이후 복귀하지 않는 등 노역이 강제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정혜경 일제 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은 사도광산 측이 담배를 배급할 때 작성한 연초명부 3종과 부속 문서 등을 분석해 사도광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745명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서로 다른 연초명부 3종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초명부 등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논문은 최근 발간된 한일민족문제학회 학회지 '한일민족문제연구'에 '조선인 연초배급명부로 본 미쓰비시광업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연초명부를 보관했던 도미타 담배가게 전경

정 대표연구위원은 연초명부 3종에서 추출한 조선인 494명의 정보 외에 국가기록원 등이 보관하고 있는 강제동원 관련 명부, 일본 시민단체 조사 결과, 옛 신문 기사,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피해조사 결과 등 모두 24종의 자료를 토대로 사도광산의 조선인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580명의 성과 이름을 확인했고, 나머지 160여명은 성명의 일부 혹은 일본식 이름인 창씨 이름을 파악했습니다. 정 대표연구위원은 "창씨 이름으로 사용한 분들이 있어서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별하는 작업이 어려웠다"면서 "다른 자료와 크로스체크 해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기록을 파악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인을 추릴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동원된 조선인의 본적지 정보도 일정 수준 확인됐습니다. 사도광산 조선인 연구의 선구자인 히로세 데이조 후쿠오카대 명예교수의 기존 조사에 따르면 사도광산에 투입된 조선인의 출신지는 충남과 충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외에도 본적지를 기준으로 함남, 경북, 강원 등 여러 지역에서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도광산의 노역이 강제적이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기록도 있습니다. 부속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이 사도광산에서 탈출하거나 임시 허가를 받아 조선에 돌아간 후 제때 복귀하지 않은 사례들이 적혀 있습니다. 또 광복 후에도 조선인들을 즉시 귀국시키지 않는 등 일본 측이 위험하고 힘든 작업 현장에서 조선인을 계속 부리려고 한 정황도 담겼습니다.

사도광산 갱도에 전시된 광석 운반차

그동안 사도광산 강제노역 피해자는 조사가 어려웠습니다. 사도광산 측이 작성한 '사도광산사'에는 1945년에 조선인이 1,519명 있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누가 동원됐는지 알 수 있는 명부는 없었습니다. 기존에 한국 정부에 신고한 사도광산 피해자는 약 150명입니다.

정 대표연구위원은 "사도광산에 관해 일본 정부나 기업에서 공식적으로 명부를 공개한 적이 없다. 그래서 피해자가 없는 것처럼 보여졌다"면서 "이번 자료는 일본 기업이 작성한 공식적인 명부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상 기간을 금광으로 유명했던 에도 시대(1603~1867년)까지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배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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