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인도 새해엔 작심삼일
조깅하는 사람으로 거리 꽉 차
다들 보름 못 넘기고 관두지만
결심 지키려 노력하는 데 의미
영국을 방문하기에 가장 부적절한 시기는 1월 첫째 주와 둘째 주다. 이 시기에 영국 거리는 달리기하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달리기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가던 길을 계속 멈추거나,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얼굴에 땀방울을 맞는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보면 영국의 국민 스포츠가 '달리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영국 거리 풍경은 아니다. 이들은 새해에 굳은 결심을 하고 운동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다. 대부분의 영국인은 1년 동안 운동 부족과 과식을 일삼다 12월에는 거듭되는 크리스마스 파티와 송년 모임으로 기름진 음식과 알코올 섭취량의 정점을 찍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새해 첫날이 되면 지난 한 해를 깊이 반성하며 건강한 해를 만들자고 굳게 다짐한다.
1월 2일이 되면 영국 국민 중 절반이 새해에는 달리기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헬스장에 등록한다. 안타깝게도 영국의 1월은 달리기를 시작하기에는 최악의 날씨다. 칼바람이 매섭고, 비는 시도 때도 없이 내리며, 낮은 매우 짧다. 그래도 1월 초 거리는 달리기하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1월 셋째 주가 되면 다시 고요해진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헬스장에 등록하기에 가장 안 좋은 시기 또한 1월이다. 이 시기 영국 헬스장은 금요일 오후 7시 강남역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비고 시끄럽다. 그러나 1월 말이 다가오면 일부 헬스장은 도서관보다 더한 적막함이 흐르게 된다.
신년 결심을 하는 것은 서양, 특히 영국 문화와 관련이 깊은데 그 유래는 기독교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로마인은 출입구와 시작과 끝, 전환을 담당하는 야누스 신에게 새해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곤 했다. 재뉴어리(January)라는 이름 또한 야뉴스(Janus)에서 유래한 단어다.
또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에서 파생됐는데, 유대교에서는 새해가 되면 열흘 동안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다짐하는 기간을 보내는 전통이 있다. 초창기 영국 그리스도교인이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지속돼 이제는 매우 세속적인 관습이 됐다. 크리스마스나 신년 축제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소소하게나마 새해 결심을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일지도 모른다.
영국 사람들은 대부분의 새해 결심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월 중 단 며칠만이라도 신년 결심을 지키기 위해 상징적인 노력을 하는 일은 삶의 균형을 회복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새해 결심은 꼭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는, 몇 안 되는 영국 전통 중 하나이기도 하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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