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SML “세계 유일 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의 문을 두드리세요”

김동진 2023. 1.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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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장비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CEO는 지난해 11월 당시 한국을 방문해 2,400억원 규모로 국내 투자를 단행, 2024년까지 경기도 화성시에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와 맞물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자,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만큼, 국내에 필요한 인력 규모도 늘었다. 이에 ASML은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채용 홍보에 매진한다. 그 일환으로 가상의 공간에 ASML 사업장을 마련해 놓고, 일일 엔지니어 체험을 돕는 ‘히어로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가상의 시나리오로 구현한 장비수리 과정을 체험하도록 꾸린 캠페인으로 직군별 직무이해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ASML코리아 사업장에서 김승훈 채용 총괄팀장을 만나 ASML의 채용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승훈 ASML코리아 채용 총괄팀장. 출처=IT동아

반도체 수요 따라 늘어나는 채용 규모…지난해 500여명 선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따라 ASML의 채용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500명의 직원을 새로 선발했다고 한다.

김승훈 ASML코리아 채용 총괄팀장은 “신입 사원의 채용절차는 ‘서류 전형-AI 인적성 검사-1차, 2차 인터뷰-최종합격’ 순이다. 면접에서는 기술과 직무 지식, 인성을 체크하는 질문을 던진다. 1차, 2차 면접은 하루에 진행하며, 지원자 1명과 면접관 3명이 약 30분간 면접한다”며 “경력 사원의 채용절차는 ‘서류 전형-영어테스트-면접-최종합격’ 순이며, 면접에서는 경력사항과 관련된 질문과 직무 지식, 인성 등을 체크한다. 경력공채는 수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ASML코리아 채용 총괄팀장. 출처=IT동아

이어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로, 고객사 현장에서 소통하며 장비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Customer Support Engineer’, 고객사 제품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슈를 분석해 해결 방안을 고객과 본사에 제시하는 ‘Field Application Engineer’, 데이터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찾아 고객사에 제공하고 시스템 문제에 대한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Technical Support Engineer’ 분야 인재를 선발했다”며 “최근 급증하는 수요로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약 500명을 선발했다”고 전했다.

직무이해도 핵심…”입사 후 누구와 어떤 일 할지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ASML의 채용 절차는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지만, 회사의 직무는 평범하지 않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가능케 하는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노광은 반도체 웨이퍼(원형의 반도체 기판)에 미세한 전자회로를 빛으로 그리는 공정으로, 웨이퍼의 작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으면 반도체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ASML의 EUV 장비가 없다면,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셈이다. 이 밖에도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또한 ASML의 주력 비즈니스다. ASML 장비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직무이해도가 높은 직원을 선발하는 게 중요하다.

극자외선(EUV) 광원을 이용한 노광 장비를 개발한 ASML. 출처=ASML코리아 홈페이지

김승훈 팀장은 “채용 과정에서 직무 관련 경험과 함께 ASML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지원자를 찾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야만 입사 후에 누구와 어떤 일을 어떻게 협업하며 진행할지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뚜렷하게 미래를 그릴수록 직무와 회사 적응도 빨라진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해당 직무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빠르게 파악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ASML 채용에 관심 있는 지원자가 미리 가상의 공간에서 일일 엔지니어의 직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히어로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히어로 캠페인’에 참여하면 ASML 임직원과 협업해 장비 고장을 해결하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이어 “히어로 캠페인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ASML 반도체 장비를 수리하는 가상의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해 다른 ASML팀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직무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히어로 캠페인 홈페이지 방문자를 집계해보니, 지금까지 8만여명이 방문했다.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었고, 지난해 하반기 채용 면접에서 해당 캠페인을 언급하는 지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15분 안에 녹여낸 반도체 장비 수리 과정…내부 소통 지속해 캠페인 완성

히어로 캠페인을 통해 15분간 반도체 장비를 수리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누구나 ASML 일일 엔지니어로 하루를 겪어볼 수 있는 셈인데, 복잡한 반도체 장비 업무를 간단명료하게 바꾸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승훈 팀장은 “MZ세대와 소통하면서도 직무 체험이라는 관점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상현실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반도체 장비 수리 프로세스는 다양한 팀과 협업해 진행되는 상당히 복잡다단한 과정이다. 이를 다듬고 또 다듬어 간단하게 표현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유지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유관부서와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물이 히어로 캠페인이다. ASML에 관심 있는 좋은 채용 후보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ASML 직무교육 현장. 출처=ASML코리아

이어 “반도체 장비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서 입사 후에도 1~2년간 직무 교육이 필요하므로, 직무가 맞지 않아 빠르게 퇴사하면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손해다. 그렇기 때문에 입사 후에 어떤 것들을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미리 알고 지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우수인재 찾는 ASML… 다양한 채용이벤트 운영

국내에서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ASML은 다양한 채용이벤트를 운영하며 구직자들에 다가가고 있다.

김승훈 팀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ASML을 알리고 지원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지난해에는 VR 채용 정보관을 운영해, ASML코리아 채용 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ASML코리아 채용팀과의 채용 상담, 엔지니어 선배들의 채용 설명회를 가상 오피스에서 운영하기도 했다”며 “페이스북에서는 챗봇 상담을 운영 중이며, 구직자들의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10개교를 방문해 채용 설명회와 상담회를 진행, 직접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났으며, ASML 주관으로 진행하는 ‘테크 톡 2022’에서도 하반기 공채 전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ASML 채용 설명회 현장. 출처=ASML코리아

김승훈 팀장은 “ASML코리아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이공계 여성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이공계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선발, ASML코리아에서 근무 중인 여성 엔지니어들과 매칭해 소그룹 멘토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취업 정보 제공하고, 이공계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 패스를 상담하고 있다. 모집 기간은 4월 중으로 5월에서 8월까지 활동한다”고 말했다.

WISET-ASML코리아 글로벌 멘토링 관련 이미지. 출처=ASML코리아

끝으로 김승훈 팀장은 “국내 비즈니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ASML코리아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유연하게 마켓 상황에 대응하면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3월쯤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되며, 경력의 경우 두 달에 한 번씩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ASML에 좋은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채용팀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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