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업무 과중” “자칫하면 방치” 늘봄학교 두고 나오는 우려들

김나연 기자 2023. 1. 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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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9일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교육 현장에서는 반가움에 앞서 우려가 먼저 나왔다. 돌봄교실 운영을 확대하면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업무부담이 커지고, 양질의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방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돌봄교실은 2012년 7086개에서 지난해 1만4970개로 10년간 두 배 넘게 늘었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 수립, 예산 운용, 복무 관리, 각종 민원 처리 등 대부분의 행정업무는 교사들이 맡고 있다. 여기에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고학년까지 확대되고 운영시간이 연장되면 교사의 업무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사 업무경감을 위해 단위학교 차원에서 운영되던 방과후 업무를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중심의 지역단위 운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지원센터’는 ‘방과후·늘봄지원센터’로 확대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돌봄 업무 담당 인력은 약 260명인데 올해에는 120명을 증원해 센터 전담 인력으로 배치한다. 이들은 단위학교에서 처리하던 돌봄교실 행정업무를 대신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9일 입장문을 내고 “교사들은 행정 업무뿐만 아니라 학생 안전, 관련 민원 등 관리 책임 문제에 있어서 큰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이고 촘촘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현장의 수용가능성을 제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희성 교사노조연맹 부대변인은 “실제로 교사의 업무경감이 체감될 수 있도록 교육부의 방안이 반드시 실현돼야 할 것”이라며 “돌봄 확대가 교육 현장 훼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늘봄학교는 현재의 교육공무직 근무 여건이나 인력, 처우로는 불가능하다”며 “시간제의 전일제 전환이나 추가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 근무 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돌봄전담사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돌봄전담사 중 35%가 전일제로 근무하는데, 이는 시·도교육청과 협상해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일제 전환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봄학교가 아이를 학교에 오래 머물러 있게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정돌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한데, 이러한 고민 없이 아이들을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기기만 하면 방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은 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돌봄교실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방치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도 “잘 짜인 프로그램 속에서 즐겁게 또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실화가 늘봄학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돌봄 부담은 학교돌봄뿐 아니라 가정돌봄과의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정부의 돌봄 정책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 정책과 병행하여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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