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해에도 문 안 닫아요"…고발 논란에도 '밥퍼' 무료급식 계속
"가족 있어도 왜 끼니 해결 못 하는지 고민해야 "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저희 운영해요, 넉넉히 있으니까 오세요."
9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김미경 밥퍼본부 부본부장이 전화 한 통을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1년 전이라면 이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온 노인분들로 더 북적였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번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사 공간에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15명뿐이었다.
김 본부장은 건물 무단 증축으로 고발됐다는 소식이 최근 1년간 알려지면서 밥퍼가 사라질까봐 불안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었다고 했다. "몇해 전만해도 이 시간이면 굴다리까지도 줄이 있고 그랬는데 이제 그만큼 서는 일은 거의 없다"며 "운영 안 한다는 헛소문을 듣고 오늘도 전화로 확인하는 분이 계셨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면서 오전 시간 틈틈이 16년째 봉사를 이어온 명예주방장 김봉열씨(63)는 "90년대에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새벽 4시부터 줄이 있어서 가장 많은 날은 1200명까지 왔다"며 "그런데 팬데믹 이후로 신분 확인을 하면서 숫자가 줄어든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주방장은 "고발 소식으로 마음이 불안하실 수는 있지만 배고픈 사람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다면 문을 닫아야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배고픈 분이 오시면 앞으로도 계속 밥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족이 있어도 왜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지 고민해야 할 때"
이날 임원진 5명과 자원봉사자 15명은 약 400인분의 한 끼 밥상을 차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들은 주방장의 지시에 따라 반찬 재료를 나르고 다듬었다. 이날 메인 메뉴인 카레에 들어갈 고기를 볶으며 부엌 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식사 테이블 자리가 꽉 채워졌다. 밖에 마련된 대기 의자에도 앉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약 15분 정도 지나자 줄 선 대기자는 약 60명으로 늘어났다.
주황색 앞치마를 입고 주방 일을 배우던 한 봉사자는 "저희 친정아버지도 지금 혼자 살고 계신데 항상 잘챙겨 먹는다고 하신다"며 "이분들 중에도 가족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거나 짐 되기 싫은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본부장은 "보통 이곳에 70대부터 오시기 시작하면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라며 "나중에 자녀분들이 찾아오셔서 항상 살기 바빠 못 챙겨드린 것이 죄책감이었는데 감사하다고 기부를 해주신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정말 한 끼도 못먹는 분들도 오시지만 더 큰 문제도 있다"며 "서류상 가족들이 있어 기초수급자 자격은 될 수 없지만 끼니를 못 챙기고 도움도 못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안전망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론 이곳엔 비록 한 끼이지만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오신 노인분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수원에서 새벽 4시반에 출발해 이곳에 7시45분쯤 도착한다는 A씨는 "이왕이면 일찍 와서 기다린다"며 "좋은 자리 앉으려는 것도 있지만 와서 여기가 따뜻하니까 아는 얼굴도 보면서 커피 한 잔씩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빵과 사과를 챙겨와 옆자리 사람들과 나눠 먹은 B씨는 "집에선 잘 먹지 않아도 여기서 나눠 먹으면 입맛이 돌고 맛있어서 매일 간식을 조금씩 가져온다"며 "같은 시간에 와야 얼굴 볼 수 있는 친한 사람이 있어서 항상 좀 빨리 나온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같이 사는 세상, 밥퍼 통해 알았다"···이제라도 공생하는 방법 고민해야
밥퍼는 청량리 일대에서 35년간 노숙인들을 비롯한 노인들의 점심을 무료로 제공해온 곳이다. 지난해 1월 서울시가 다일복지재단(다일공동체) 대표인 최도일 목사를 고발하면서 건물의 증축 공사는 잠정 중단됐지만 무료 급식 나눔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밥퍼는 현재 사실상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해 동대문구청은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3억원 가까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으며 아직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년퇴임을 하고 다음 달부터 밥퍼에서 정식 임원으로 새로운 시작을 앞둔 김 주방장은 "현재 밥퍼가 격동기에 있는데 이곳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에 사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계속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는 멀쩡한 사람은 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사 직전인 상태를 눈으로 다 구분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여기까지 찾아오셨다면 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본부장은 "이곳에서 1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해오면서 무료 급식 봉사가 단지 노인분들만 살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결국 모든 세대의 노후와 관련된 일이기에 이 시설을 철거해서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구청장은) 상생의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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