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사라지고 MZ세대도 희망퇴직… 은행 세대교체 빨라졌다

정민하 기자 2023. 1. 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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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순환보직·연공 서열 등 은행들의 전통적인 인사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9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단행한 2023년 인사에서 2000년대 이후 채용된 이른바 '통합 우리은행 세대'를 부서장급으로 전진 배치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 채용 인원(콜센터 직원 등 포함)은 ▲2019년 2865명 ▲2020년 3046명 ▲2021년 3626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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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순환보직·연공 서열 등 은행들의 전통적인 인사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신입 공개 채용 대신 경력 수시 채용이 보편화됐고, 희망퇴직 시작 연령은 4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9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단행한 2023년 인사에서 2000년대 이후 채용된 이른바 ‘통합 우리은행 세대’를 부서장급으로 전진 배치했다. 우리금융은 업무 전문성과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2022년 8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희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우리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도 본부 부서장의 약 40%를 영업 현장의 우수한 인력으로 교체했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젊은 세대를 인사·전략 등 주요 부서에 배치했다. 이번 인사는 ▲본부부서장 인원 대거 교체 ▲현장과 능력 중심 인사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 전진 배치 ▲우수 여성 인력 경력 성장 지원 등을 방향으로 삼았다.

하나은행에선 1971년생 최연소 부행장이 나왔다. 김영일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이 그 주인공으로, 경영 전략 수립과 수행에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여성 본부장도 등장했다. 1974년생 이은정 투자상품본부장은 클럽원(Club1)PB센터 골드PB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산관리 부문에서 성과를 내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의 여성임원, 본부장은 총 5명으로 늘었다.

최근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 취임한 수협은행에선 1977년생 부장이 등장했다. 기존 부장 중에 1960년대 후반 출생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밖에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금감원)도 지난해 8월 수시인사에서 처음으로 1970년대생 임원(부원장보)을 배출했고, 국장급 인사에서 1974년생 부서장을 발탁했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권에선 이런 세대교체의 배경으로 채용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순혈주의·연공 서열 등의 근간이 되는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 채용 인원(콜센터 직원 등 포함)은 ▲2019년 2865명 ▲2020년 3046명 ▲2021년 3626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반면 공채로 뽑은 직원은 ▲2019년 2113명 ▲2020년 980명 ▲2021년 936명 등 감소세를 보였다.

연공과 서열에 기반했던 조직문화가 달라지자 희망퇴직 연령도 낮아졌다. 최근 은행권의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만 40세까지 내려갔고, 퇴직자 역시 올해 3000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미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은 대상 연령을 만 40세로 낮추자 2021년(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짐을 쌌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730여 명이 퇴직 의사를 보였다. 만약 신청자가 모두 퇴직할 경우 지난해 1월 674명보다 50명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신한·우리·하나은행도 작년보다 신청자가 증가할 것이란 게 내부의 분위기다. 1년 전 5대 은행에서 직원 약 2244명이 퇴직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엔 많게는 1000명 가까이 퇴직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와 경쟁하다 보니 은행들에서도 조직 문화의 수평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고, 직급이나 나이에 대한 무게감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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