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갱신권 쓸게요"…전셋값 3억까지 내준 집주인들 '울상'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대폭 하락하면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 활용 전략이 바뀌었다. 지난 집값 급등기에는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막는 방어 수단이었으나, 하락장이 되자 '보증금을 낮춰달라'는 가격 인하 협상 수단으로 쓰인다.
이 계약으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 2억50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이와 관련 단지 내 A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2억원 정도 빠졌는데, 기존 세입자가 갱신권을 쓰면서 보증금을 시세에 맞춰 내려달라고 요구한 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근 '고덕아이파크' 전용 145㎡(14층) 세입자는 지난해 11월 말 보증금 5억8000만원, 월세 13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2년 갱신했다. 직전 계약과 보증금은 동일하나, 200만원이었던 월세를 70만원 낮췄다.
고덕동은 신축 대단지가 밀집해 다른 곳보다 임대 매물이 많기 때문에 하락장에선 세입자의 입김이 세진다. 당장 실입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이 때문에 갱신권이 가격 인하 전략으로 적극 활용되는 것이다.
갱신권을 가격 인하로 활용한 사례는 아파트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입주 물량이 많은 다른 지역도 비슷한 유형의 거래가 체결됐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10층)는 지난달 19일 8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직전 10억5000만원 보증금을 부담한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1억7000만원을 돌려줬다.
같은 단지 전용 84㎡(9층)는 보증금 12억원, 월세 4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갱신됐다. 2년 전 계약보다 월세가 110만원 내려갔다.
다만 세입자도 같은 동네에서 굳이 이사할 이유가 없고 중개수수료, 이사비 등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 연장을 원하는 임대인과 갱신 계약을 진행하며 가격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여러 채를 갭투자한 경우 만기가 된 세입자 보증금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2년 재계약을 해도 중도에 보증금 상환을 요구하면 반환해야 하므로 갭투자자는 최근 매매가격 하락보다 세입자가 어떤 대응을 할지, 전셋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지 불안감이 클 것"이리고 했다.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시행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의 부작용을 고려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폐지 수준의 대규모 개편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지난해 6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임대차3법은 이대로 갈 수 없다"며 "2+2년으로 4년 뒤에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게 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임차인 주거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 학제를 고려한 기본 계약기간 3년으로 설정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 감면 등을 거론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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