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시위’ 이후에도 중국 곳곳서 시위 계속···시진핑, 사회 안정 강조
중국에서 지난해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백지 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치 안전과 사회 안정’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 7∼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정법공작회의에서 천원칭(陳文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전달한 ‘중요 지시’를 통해 “정법 업무는 당과 국가 업무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며 “국가 정치안전 수호에 전력을 다하고 사회 전반의 안정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인민일보가 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오는 10일 ‘인민경찰의 날’을 앞두고 “전국 인민 경찰에 명절 축하와 위로를 전한다”며 “당과 인민의 충성스런 수호자가 돼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을 수호하는 데 새로운 공적을 세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앙정법위는 중국에서 공안과 검찰, 법원 등을 관할하는 권력기관이다. 시 주석이 정법 기관에 정치 안전과 사회 안정을 강조한 데는 지난해 백지 시위와 신년 들어 이어지고 있는 각종 시위 및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에 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사법 기관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벌어졌던 백지 시위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새해 들어서까지 각종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충칭(重慶)에서 임금 체불과 해고에 항의하는 항원검사키트 제조 업체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는데 시위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교통 통제 시설물과 플라스틱 상자 등을 집어 던지며 경찰과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시위에는 최소 수 백명의 노동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이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중국에서는 특히 최근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임금 체불에 관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일 톈진(天津)에서도 건설 노동자들이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고,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는 건설 현장 노동자의 타워크레인 시위도 있었다.
앞서 신년 벽두에는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폭죽놀이를 금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경찰차를 부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일 밤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에서는 경찰이 폭죽놀이를 하던 한 주민을 체포하려 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주민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경찰차를 에워싸고 강렬히 항의했으며 일부는 경찰차를 부수고 아예 통째로 뒤집어 버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지난해 백지 시위 등을 거치면서 중국에서 그동안 강력한 권한으로 사회 안정을 뒷받침 했던 공권력의 위신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죽 사건이 벌어진 뒤 공안당국은 “공안기관의 법 집행 권위는 도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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