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디지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강화', 필요한 때인가

허원순 2023. 1.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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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그런 압력이 불거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독과점 피해,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내세웠다.‘먹통 사고’로 이용자들을 놀라게 한 카카오 불통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거래법을 관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나서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이라는 사실상 규제책을 내놨고, 규제 목소리를 키우며 가세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반면 온 나라가 ‘기술 혁신’을 외치면서 막상 그런 성과를 낸 기업을, 그것도 국내에서나 겨우 대기업 대열에 들어설 뿐 국제무대에서는 큰 기업 축에 끼지 못하는 기업을 규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양쪽 모두 ‘소비자 중심’을 내세우는 것도 흥미롭다. 국경 없는 경쟁 시대, 규제강화는 타당한가.

[찬성] 독과점은 소비자에게 피해 초래…미국·EU도 '공룡 GAFA' 규제 나서

독과점은 반드시 피해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카카오의 ‘불통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답게 온라인 서비스가 급속도로 퍼졌고, 이 기반에서 플랫폼 기업도 급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초고속 성장 그래프가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걸맞은 안정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소비자 사이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여기서 독과점 기업의 폐단이 나타난다.

미국의 경제 발전 역사를 보더라도 독과점 기업에 대해서는 늘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정부 규제가 가해졌다. 물론 그런 취지에서 한국에도 공정거래법이 있기는 하다. 공정거래법 자체가 법 이름 그대로 불공정한 가격 담합, 시장지배 기업의 부당한 거래를 막기 위한 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독립된 부처가 생겨난 것도 그래서다. 과거 개발 연대에는 경제기획원의 한 부서로 있던 것이 장관급의 독자적 기관으로 생겨난 지 오래됐다. 한국에서 공정거래 정책도 반세기가량의 역사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독과점 방지 및 대책은 너무 일반적이어서 공룡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독점적 영업 행태를 감시·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좀 더 강력한 규제를 가하자는 것이다. 미국도 연방거래위원회에서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디지털 플랫폼을 공정하게 활용하게 하자는 규제 법안이 제정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2년 7월 디지털시장법(DMA)을 만들었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대형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 우대, 복수 서비스 상품 묶음에서 개인정보 통합 이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마련한 ‘포용적 혁신성장지수’ 같은 연구 결과를 봐도 보다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는 강화된 규제법이 필요하다.

[반대] 네이버·카카오 국제무대에선 소기업…'혁신' 외치며 혁신서비스 왜 때리나

민간 부분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온 나라가 기회 있을 때마다 ‘혁신’을 외쳐왔고, “혁신 기업을 적극 육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디지털 부분에서 혁신에 성공 가능성을 보이는 기업이 나오자 공적인 양 규제를 못해 안달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혁신의 모델을 겨우 제시했을 뿐 5년 뒤, 10년 뒤 또 어떤 새로운 서비스에 밀려날지 모르는 모험 기업이다. 더 키우고 부추겨 혁신에 성공하면 유무형의 성과·보상이 주어진다는 생생한 모범 사례로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들을 규제·간섭·감독한다면 경제·산업의 혁신을 어떻게 해내자는 말인가.

EU가 DMA를 만든 취지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의 활동이 워낙 커지다 보니 이에 대응해 지역 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처럼 자국 토종 기업을 잡기 위한 법이 아니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규제 범위가 넓다. 이 법의 규제만 해도 만만찮은데 강력한 디지털 규제를 추가로 가한다면 해당 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해진다. 한국의 공정거래법 자체가 소비자 후생 강화뿐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 과정을 막고 나아가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 방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체계가 갖춰진 법이다. 더구나 플랫폼 비즈니스는 나라마다 시장 규모와 특성이 다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미국과 EU가 규제를 강화한다고 덩달아 따라가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플랫폼 규제 강화는 이 정권이 내세운 ‘시장 자유’ ‘자율적 규제’라는 국정 방향이나 가치와도 맞지 않다. 대통령을 위시해 여당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강조해왔고, 민간 자율의 혁신적 성장을 유도하고 육성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규제 강화는 그런 측면에서 자기 부정이다. 혁신은 말로만 외친다고 가능한 게 아니며, 정부의 규제본능 억제가 출발점이다.

√ 생각하기 - 필요하다면 기존 공정법 정비 먼저…'시장 자유' 내세운 정부, 규제 자제해야

‘혁신’의 보장·고취와 ‘포용·동반성장’이 충돌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영업에 독과점적 행태가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 규제 강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겠다며 장대한 정책 발표를 하면서 동시에 규제 강화에 나서는 것은 주무부처의 입장 차이만으로 보기 어렵다. 이들 디지털 기업과 이들의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자율적 상생협약을 유도하는 게 먼저다. 세제 등에서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도 가능하다. 아울러 기존 공정거래법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기업 활동을 매사 ‘갑을 관계’로만 볼 게 아니라,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영업 실태조사와 연구도 필요하다. ‘기업의 독점 지위 확대가 자본소득은 증대시키지만 노동소득은 줄게 한다’는 일각의 연구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보다 큰 철학과 기치를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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