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는‘ 국민연금 개혁, 이번엔 성공할까 [레이더P]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김성우, 이슬기 2023. 1.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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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쇼] 尹정부 핵심 개혁과제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안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연금 개혁을 약속했다.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역대 정부의 연금개혁 사례를 짚어봤다.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약 622만명의 연금액이 물가상승을 반영해 기존보다 5.1% 인상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

국민연금은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당시에는 보험료율(월 소득 중 납입하는 비율, 즉 내는 금액) 3%로 소득대체율(은퇴 전 월소득 대비 지급되는 연금의 비율, 즉 받은 금액) 70%를 보장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1995년에는 농어촌 거주자, 1999년 자영업자로 범위를 넓혔고 2006년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까지 대상으로 포함됐다. 보험료율은 1993년 6%, 1998년 9%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보험료 수준에 비해 높은 소득대체율로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995년 국민연금이 2022년에는 적자로 전환되고 2033년에는 완전 고갈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을 구성하고 연금개혁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1998년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추고 기존 60세인 수급개시연령을 5년마다 1살씩 상향해 2033년 65세로 조정하는 1차 연금개혁이 시행됐다.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을 실시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2. 점차 내는 돈은 많아지고 받는 돋는 적어져

2003년 1차 재정계산에서 현재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 2047년에는 국민연금이 소진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은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2030년까지 15.9%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개편안을 발표하며 2차 연금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은 국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2007년 4월 부결됐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래의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국민연금 개혁이 좌절됐다”며 부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보험료율은 9%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2008년 50%로 즉시 인하하고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낮추기로 하며 2차 연금개혁을 마무리한다. 2008년 2차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 소진 예상 시기는 2060년으로 13년 연장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2009년과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진행했다.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를 높이고 연급지급률은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동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대선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2018년 제4차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2044년에서 2042년, 기금 소진 시점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재차 대두됐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보험료율을 최대 13%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한 4가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며 국민연금 개편은 흐지부지됐다.

3. 尹 대선때 연금개혁 약속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연금개혁은 복잡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대선 기간에 짧게 방향을 만들어 공약 발표하기는 대단히 위험하다”라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초당적으로 해야 할 문제여서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은 어느 정당이든 선거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 선거에서 지게 돼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했다. 공약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및 개혁안 마련 ▲기초연금 10만 원 인상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집을 통해 “9%인 보험료율이 유지되면 현재의 20·30세대 연금 부담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므로 세대 공존의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연금개혁은 '독배'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수식될 정도로 표심을 잃기 쉬운 공약이다. 연금개혁을 강행한 프랑스는 2019년 12월 총파업으로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연금개혁의 의지를 보였다.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가 주요 경제 공약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짚기도 했다.

4. 민간자문위 ‘더 내고’ 개혁안 보고

연금 개혁은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3대 국정 개혁 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신년사에서 “연금개혁 역시 중요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어렵다. 장담할 수 없다”라고 했다.

민간자문위는 지난 3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중간 보고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급여 유지, 보험료 인상 ▲급여 인상, 보험료 인상을 제시했다. 수급 연령을 2년 미루고 의무가입 나이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여당이 그동안 강조해 온 재정 안정성과 야당이 방점을 찍은 노후 소득 보장을 모두 수용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동시 인상 방안을 최종안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더 이상 연금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에 비전과 구체적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석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장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연금은 이대로 두었다간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라고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교육 분야와 연금 분야도 비전도, 구체적 대안도 없는 ‘아니면 말고’식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발언했다.

[김성우·이슬기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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