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기 맞은 외국계기업 오히려 현지화 속도내야
한국 진출 5년쯤 위기 찾아와
섣불리 철수 말고 문제 파악을
조직이 유연하면 충분히 극복
"한국 지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글로벌 본사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욕심을 냈으면 합니다."
최근 유니티 본사의 아시아태평양(APAC) 마케팅 부사장으로 영전하게 된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강조했다.
유니티코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게임 엔진 '유니티'를 만드는 동명 업체의 한국 지사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매출 순위 1000위까지의 모바일 게임 중 70%가량이 유니티를 통해 만들어졌다. 김 대표가 부임할 당시 유니티코리아의 직원 수는 17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0명에 달한다.
김 대표가 부사장으로 영전하게 된 것은 유니티코리아의 규모가 확장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업무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조직이 굉장히 커져서 부문별로 세분화돼 운영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APAC 지역은 마케팅·세일즈·고객 성공 등 모든 분야의 업무가 한 명의 관리자에게 집중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지사에서도 부문별로 본사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김 대표는 당분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며 한국 지사와 유니티 본사가 더욱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유니티코리아에는 자문 위원회가 신설돼 그를 비롯한 다양한 리더급 인물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김 대표는 "외국계 회사가 이토록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만큼 유니티는 열린 사고를 가진 회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 현지화를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좋은 제품을 갖고 오면 처음 5년간은 금방 성장한다"면서도 "그 이후 정체기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마침 김 대표가 유니티코리아에 입사했을 때는 유니티가 한국에 진출한 지 만으로 4년이 되는 해였다. 곧바로 찾아올 정체기에 대비하기 위해 김 대표는 유니티 제품을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거쳤다. 한국의 고객사들로부터 개선해야 할 점을 적극적으로 듣고, 본사에서 R&D를 담당하는 인력을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 결과 그래픽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든지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식의 목소리가 국내에서 전달돼 유니티 본사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마케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 외국계 유통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NHN에서 한게임을 담당하며 게임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EA코리아에서 '피파 온라인'을 성공시키고 유니티코리아에 대표로 부임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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