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말하는 AI챗봇 … 네이버·구글 대체하려면 10년은 필요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 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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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미국 인공지능(AI) 연구 기업 오픈AI가 지난해 말 공개한 언어생성 AI인 '챗GPT(ChatGPT)'가 오픈 5일 만에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대화형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초거대AI를 기반으로 한 챗봇은 기존 서비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수준이 높아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보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챗봇이 거대 검색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과연 챗봇은 구글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사업 현장에서 수십 년을 발로 뛴 국내 최고 전문가의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국내 이경일 솔트룩스 창업자·대표는 향후 AI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의 거대한 뇌(AI)가 갑자기 나타나 인간을 대체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다양하게 전문화된 AI가 여러 문제를 사회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솔트룩스를 창업한 이 대표는 자연어처리(NLP), 개인화, 추론 등 AI 원천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연구·적용해왔다.

그는 "최근 챗GPT 열풍은 AI가 직접 실시간으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인상이 컸던 것"이라면서 "챗GPT에 네이버와 구글이 가진 정보를 통으로 학습시켜서 검색 대신 작동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는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고 읽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까지 챗봇이 커버하기 위해서는 파라미터 수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까지 늘어나야 한다"면서 "레벨5가 구글과 네이버를 대체하는 수준이라면 지금은 레벨2 정도로 아직 갈 길이 상당히 멀다"고 분석했다. 초거대AI를 기반으로 한 챗봇이 검색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뇌'를 닮은 초거대AI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차세대 AI를 말한다. 인간 뇌엔 신경세포(뉴런)를 연결하고 각종 정보를 전달·기억하는 '시냅스'가 100조개가량 있다. 초거대AI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게 인공신경망 '파라미터'다. 이 때문에 초거대AI 성능은 통상적으로 파라미터 숫자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르면 올해 초거대AI 모델의 파라미터 숫자가 인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이것이 AI가 인간만큼 똑똑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되고 AI의 파라미터 개수가 인간보다 1000배가 많아져도 전인격적인 측면에서 인간을 뛰어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초거대AI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단계에서는 수천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를 모두 이용할 필요가 없어 보여주기식 '파라미터 숫자 경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AI시장은 막대한 데이터와 자금력을 보유한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표는 "구글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연간 수조 원의 돈을 AI에 쏟아붓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AI는 장치 산업"이라면서 "이 시장에서 작은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주목하는 시장은 개인화된 초거대AI 모델이다. 이 대표는 "현재 나온 초거대AI 모델을 아주 뾰족하게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모든 일을 해결하는 초거대AI와 같아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런 것을 1000개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국제, 예술, 역사,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깊숙이 파고드는 맞춤형 전문가 AI 모델을 대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솔트룩스가 내놓은 '랭기지 스튜디오'가 최근 IT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실생활에서 직접 쓸 수 있는 개인화된 AI모델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랭기지 스튜디오는 버트(BERT)와 일렉트라(ELECTRA) 등 자연어 이해 모델을 비롯해 초거대 언어 생성 모델이자 챗GPT 서비스 구현에도 활용된 'GPT' 등 거대 모델을 누구나 만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복잡한 코딩 없이도 솔트룩스 톡봇과 연동해 상담 챗봇이나 지능형 검색 등 AI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소량의 학습 데이터만으로도 금융, 법률, 공공, 민간 등 각 도메인에 특화된 언어모델을 빠르게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텍스트 분류, 문장 임베딩, 정보 추출 및 질의응답과 대화응답 서비스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최적의 언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랭기지 스튜디오는 솔트룩스가 개발해 2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비서 서비스 '구삐'에 적용됐다. 이 밖에 헌법재판소 지능형 통합검색 서비스, NH농협은행 콜센터 상담 분석, 삼성전자 북미 지능형 상담 시스템 등에 활용되고 있다.

솔트룩스는 올해로 설립 23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토종 AI 기업이다. 2020년 AI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로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2021년 AI 메타휴먼 생성 기술을 중심으로 AI 직원, 메타휴먼 크리에이터 제작도구 등을 제공하는 플루닛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B2B와 B2C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챗GPT 수준의 대화 및 지식기반 서비스 '루시아(LUXIA)'를 올 초 상용화할 예정이다. 지난 2년간 미국 자회사를 통해 개발된 구버(Goover) 서비스를 통해서는 초개인화 AI로 설명되는 글로벌 인지검색 사업을 시작한다. 구버의 주요 타깃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하는 전문 직종 종사자다.

이 대표는 "AI직원, 가상인간 제작도구 등 AI 기반 B2C 사업에서 국내 기업도 실제로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혁신 모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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