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김건희 칼춤’ 풍자화 국회 전시회 개막 전날 철거 논란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정치 풍자 작품이 개막을 하루 앞두고 철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전 in 서울’ 전시 작품들이 지난 8일 밤 국회 사무처에 의해 철거됐다.
서울민예총과 굿바이전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현직 국회의원 12명이 주관한 이 행사는 예술작가 30여명의 작품 5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시될 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거인이 돼 칼을 휘두르는 그림과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에 윤 대통령 부부와 천공 등이 등장하는 패러디 작품 ‘해먹을 결심’ 등 윤석열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정치 풍자 작품이 포함됐다.
앞서 국회사무처는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에 따라 지난 8일 오후 7시쯤 세 차례 공문을 보내 자진 철거를 요청했고 결국 전시 작품을 강제 철거했다.
해당 내규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회의실 및 로비의 사용을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시에 참여한 한 작가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고생해서 설치해 두었던 그림들을 국회사무처에서 오늘 새벽 강제 기습 철거했다”며 “지금은 전시 관계자의 국회 의원회관 출입조차 막힌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굿바이전 조직위원장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불만을 표시하며 “우리 작품 중에 어떤 작품이 반윤리적인 작품이었냐. 작품 중에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혐오적인 작품이 있었냐. 우리 작품 중에 근거없는 비방과 왜곡, 거짓된 작품이 있었냐”라고 비판했다.
야권 의원들은 정치 풍자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 탄압 문제를 거론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했다.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또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 등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며 “탈법·위법·불법·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의장은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가닿을 수 있도록 철거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광재 사무총장은 “예술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표창원 전 의원 사례가 있듯 국회가 국가적 갈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나체 풍자 그림인 ‘더러운 잠’이 논란을 빚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시기상으로 조금 부적절하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면 적당한 시기를 택해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 전시에 대해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풍자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배우자를 비방하는 전시회를 국회에서 주최하려 했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정신 파괴를 자행하려는 민주당 세력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철거된 전시는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이라며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성명을 내고 “국회를 대통령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장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집단 이성 상실 행태를 규탄한다”며 “오죽했으면 민주당 출신 사무총장이 한밤중에 강제 철거까지 했겠나. 공동 주관 의원들은 국회 윤리위에 회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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