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와 똑같은 디지털 트윈 … 가상현실서 주행품질 검증한다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3. 1. 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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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토에버 사이트 이미지.

눈이 내리는 밤, 자동차 한 대가 경부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달린다. 차선을 변경하려던 자동차의 바퀴가 미끄러진다. 도로를 벗어나 옆 차량과 부딪히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 파손된 자동차도 없다.

이 사고는 가상검증 플랫폼의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가상의 차량으로 진행된 소프트웨어 검증 과정이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중순 시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차량 가상 검증 플랫폼 프로토타입 고도화에 한창이다. 정식 서비스는 2024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가상 검증 플랫폼은 도로, 차량, 시스템, 제어기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가상화하고 가상 주행 환경에서 각 기능, 기능 간 연계, 시스템을 검증한다. 일체의 하드웨어 없이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만을 이용해 가상으로 진행 가능한 플랫폼이다. 앞서 지난해 5월 현대오토에버는 디스페이스코리아·IPG오토모티브코리아·자동차공학연구소(IVH)·슈어소프트테크 등 4개사와 가상 검증 플랫폼의 성공적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지금까지 차량 품질 검증은 실차 검증, 하드웨어 검증(HiL)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져왔다. 실차 검증은 차량의 프로토타입이나 마스터카가 완성된 후 실제 주행을 하며 검증하는 방법이다. 양산차와의 차이가 가장 적어 테스트 결과와 실제 품질 간 차이도 가장 적다. 그러나 차량을 완성한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 개발 주기를 길게 만들고,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원인 파악과 수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HiL은 이 같은 단점을 줄이기 위해 실제 제어기로 시스템을 구성해 가상 차량을 만들어 검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조차 제어기 하드웨어가 제작된 후에나 실행 가능해 시간이 소요되고 수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상 검증은 SDV(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관제하는 자동차) 도래와 함께 필요성이 대두됐다. 차량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이 늘면서 앞선 단계에서 소프트웨어를 검증해 개발 주기를 줄이고 품질을 높일 기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오토에버 차량 가상 검증 소프트웨어 1차 프로토타입에 포함된 가상 주행 환경 모델의 PoC 장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최근의 자동차에는 전투기 한 대보다 4배 많은 약 1억라인의 코드가 포함돼 있다. 2030년에는 3억라인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상 검증 플랫폼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비용 절감이 꼽힌다. 차량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어기 하드웨어 제작 전인 개발 단계에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혹독한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며 더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심각한 자연재해 상황이나 일부 부품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환경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테스트 여러 건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테스트를 가속화할 수 있어 더 많은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 안정성 증가로 이어진다.

차량 가상 검증 플랫폼 개발을 위해 지난해 국내외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과 얼라이언스를 체결한 현대오토에버. 【사진 제공=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가 개발 중인 가상 검증 플랫폼은 각종 센서와 조항, 제동, 가속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시스템과 제어기를 가상화한다. 자동차 시스템과 자동차 제어기 간 센서 정보 전달·제어 명령 과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제어 결과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을 차량 동역학 모델로 재현했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섀시, 보디, 조향, 자율주행을 비롯한 전 영역의 제어기에 대해 검증이 가능하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제어기가 수십 개에 달하는 만큼 각각 다른 솔루션을 사용한다면 품질 검증에 어려움이 생긴다. 현대오토에버는 전 영역에 대해 HiL을 진행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 영역의 소프트웨어 검증(SiL)에 적용해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제어기 단계부터 모두 가상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완성차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제조사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제조사로부터 받은 실제 제어기 정보를 시뮬레이터에 입력해 작동 구조를 똑같이 시뮬레이션한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같은 입력사항에 대해 실제 제어기와 동일한 결과물이 나올 뿐 아니라 그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도 같기 때문에 제어기 개발과 검증 단계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차량의 가상 주행 테스트에 사용하는 가상 환경 역시 실제 도로를 그대로 본뜬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다. 현대오토에버가 정밀지도(HD맵)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현대오토에버는 검증 자동화 소프트웨어인 '모빌진 X 스튜디오'를 활용해 검증 과정도 자동화했다.

정밀지도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도로 상황과 주변 지형 정보를 사전에 세밀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지도를 가리킨다. 도로중심선, 경계선 같은 차선 단위 정보는 물론 신호등, 표지판, 연석, 노면마크, 각종 구조물을 포함한 정보가 3차원 디지털로 담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실제 환경과 가장 유사한 디지털 트윈이기 때문에 최적의 검증 결과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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