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단장 떠난 그 이후, 흥국생명은 아픔을 안고 뛴다

김하진 기자 2023. 1. 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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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과의 경기를 마치고 김연경 등 흥국생명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은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 8일 화성 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 30-28 25-23 26-24)로 승리했다. 16승4패를 기록한 2위 흥국생명은 1위 현대건설에 승점 4점(18승2패 승점51) 차로 좁혔다.

하지만 흥국생명 선수단은 활짝 웃지 못했다. 최근 구단에 생긴 내홍으로 인한 아픔이 그대로 보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구단주 명의로 “팀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의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팀이 리그 선두권에서 잘 나가는 상황에서 나온 느닷없는 결정이었다. 이어 감독 대행을 맡은 이영수 수석코치도 3일 만에 팀을 떠났다. 흥국생명 구단은 6일 새 사령탑으로 김기중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 선수단과 상견례조차 하지 못했다.

8일 IBK기업은행전도 ‘감독 선임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대경 코치가 ‘대행의 대행’을 맡았다. 팀은 4연승을 이어갔지만 김 대행은 웃지 못했다. “언제 감독이 온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가”, “다음 경기도 이끌 수 있는가”라는 물음들이 쏟아졌지만 김 대행은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추후에 구단에서 결정해야할 문제”라며 “선수들이 훈련하고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할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 대행은 자신들의 심정을 ‘아픔’이라고 표현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흥국생명의 ‘맏언니’ 김해란은 “마음 추스리기도 바빴고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것저것 일이 다 겹치다보니 고참으로서 마음을 잡는데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김연경은 최근 장염 증세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날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감독 수석코치가 해야할 일을 선수들이 분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다은은 “감독 코치님이 안 계시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끼리 떠 똘똘 뭉치려고 대화도 많이 했다. 서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올시즌 가장 팬몰이를 많이 하는 팀이다. 월드스타 ‘김연경 효과’에 경기력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구단이 내홍을 겪고 있는 과정에서도 구름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김다은은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응원에서 힘을 얻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란은 “이런 상황에서도 팬 분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면 힘이 된다. 버틸 수 있는게 팬 덕분”이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11일 홈구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1위 현대건설과 맞대결을 펼친다. 선두 탈환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지만 아직도 새 감독이 언제 합류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명확하게 정해지면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구단의 비상식적인 팀 운영에 선수와 팬의 속앓이만 깊어간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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