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생존코드] ⑨ 위기의 증권업계…경영 안정화에 총력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면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약 1.6%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아이뉴스24는 한국경제에 퍼펙트스톰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위기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각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 증시의 침체 장기화로 증권사들이 극심한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긴축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비롯한 주요 사업들의 실적 타격이 상당했다. 여기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라는 겹악재로 유동성 위기에도 직면했다. 올해도 불황의 끝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외형 확대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사업을 중단하거나,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업계의 불안이 고조됐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센터를 폐지했고, 다올투자증권은 계열사(다올인베스트먼트)와 태국 현지법인(다올타일랜드)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 위탁매매 수익성 악화·채권평가손실 확대…IPO 시장 한파까지
우선 작년 한 해 동안 이어진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긴축 정책은 금리 인상을 자극했고, 지난해 초 제로금리 수준이던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연 4.25~4.5%, 3.25%로 올랐다. 금리 인상은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증시 부진이 지속되자,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4천244억원으로 2019년 12월(5조655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거래대금이 줄어든 만큼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익도 함께 축소된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5일 기준 44조9천766억원으로 2020년 3월 말(43조829억원)수준으로 돌아갔다.
금리가 오르면서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도 크게 확대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855%에서 지난해 연중 최대 4.548%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증시(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71개사로, 전년(91개사) 대비 약 22%나 줄었다.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수의 기업이 상장을 철회한 영향이다.
대형 증권사 IPO 담당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시장이 좋지 못하다 보니까 될 만한 기업의 IPO만 담당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쉽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IPO 시장은 하반기쯤에나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부동산 PF 부실 우려…1분기 PF-ABCP 19.8조원 만기도래
증권사들이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해 PF 유동화증권의 차환 부담이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50조+α)으로 일부 안정을 찾았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사의 PF 대출 규모는 27조4천억원이다. 올해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 PF-ABCP 규모는 19조8천억원이다.
주식 중개 부문에서 대형사보다 열위에 놓인 중소형 증권사들은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bridge loan)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대비 브릿지론에 대한 노출도는 중소형사가 대형사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의 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약 18%로, 대형사(10%)의 2배 상당에 달한다.
◆ 유동성 리스크 대비 총력…사업 확장보다 안정화에 무게
증권사들은 올해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등 '안정'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증권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렸다. 유안타증권은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차입금 한도를 2천937억원 늘렸다. 이 밖에도 키움증권(1조원), 한화투자증권(5천억원), 유진투자증권(3천억원), 현대차증권(3천억원) 등이 한도를 늘렸다.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을 경쟁적으로 늘렸던 점도 눈에 띄었다. ELB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주식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 상품이다. 원금이 보장되고, 연 6~8%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해 이목을 끌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ELB는 지난해 10~11월 두 달간 8조4천억원이 발행됐다. 같은 해 1~3분기 내내 4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LB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ELB를 통해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의 금리 방향성이 전환되기 전까지는, 증권업황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연임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사 CEO들은 신년사에서 올해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위기 상황 속 리스크 관리를 핵심으로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증권사 30%가 적자를 봤고, 올해도 부동산 PF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CEO를 바꾸는 것보다 위기를 여러 번 경험한 CEO를 연임하는 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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