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미술품 경매’ 직진출설에 서울옥션 주가 또 급락...M&A 풍문에 주주만 운다
서울옥션 주가가 신세계백화점의 인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는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점유율 1위 서울옥션 주식 85만6767주를 취득한 데 이어 경영권 인수까지 검토했지만, 이내 방향을 바꿔 미술 경매 직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인수설에 주식시장에서 한때 급등했던 서울옥션 주가는 9일 장중 10%까지 내려갔고 6% 넘게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옥션은 전 거래일 대비 1100원(6.08%) 내린 1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장중 한때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경매시장 직진출 검토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서울옥션 간의 인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서울옥션에 대한 경영권 인수가 무산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기업의 미술 경매 시장 직접 진출은 서울옥션에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주가가 고점 대비 급락해서 손실폭이 너무 크다”면서 “각종 인수 풍문에 고통받는 건 결국 주주”라고 토로했다.
신세계는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서울옥션 지분 4.8%를 보유해, 인수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유하며 인수설에 힘을 보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는 2021년 12월 서울옥션 주식 85만6767주를 약 280억원에 취득해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신세계가 서울옥션 인수설과 관련해 해명공시를 낸 것만 벌써 세 번째다. 신세계는 지난해 6월 16일 공시를 통해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또 다시 인수설이 나온 7월, 10월에도 같은 내용의 해명 공시를 되풀이했다.
주가는 M&A(인수·합병) 소식이 나올 때마다 변동폭을 키우면서 10~14% 급등락을 반복했다. 서울옥션 주가는 지난 1년새 36% 넘게 빠졌다. 지난해 1월 10일 2만955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해 11월 4일 1만5700원으로 최저가를 찍었다. 현재 주가는 1만7000원이며, 시가총액은 3022억원 규모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는 “경쟁사인 케이옥션과 비교 시, 평균 PBR을 볼 때 고평가 상태이나 업계 1위로서의 지위를 감안하면 일정 부분 프리미엄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신세계 인수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업계에서 서울옥션이 주목받는 것은 미술 경매 부문에서의 업계 1위라는 점과, 대기업인 신세계 인수에 따른 사업 확장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서울옥션은 미술품을 경매를 통해 위탁, 판매하는 기업이다. 2022년 기준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점유율 56.9%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서울 평창동, 강남과 부산의 경매소 및 전시관 이 외에 온라인 경매를 위한 제로베이스(Zerobase)와 온라인 중개를 위한 블랙랏(Blacklot)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어질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에 따른 투자시장 위축은 서울옥션의 주가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금리인상 여파와 경기 침체로 인해 돈줄이 막히면서 미술 시장에도 한파도 불어닥쳤다. 지난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경매사 10곳의 낙찰총액은 약 236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하면 약 930억원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는 주가가 기업의 실적에 기반한 가치보다 기업 인수합병(M&A)에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단기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M&A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기업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요즘과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단기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이익 등 실적에 대비한 밸류에이션이 적정한지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옥션의 최대주주는 이호재 이사이며, 2022년 3월말 기준 1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호재의 아들 이정용과 이정봉의 지분율은 각각 6.4%, 3.0%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지분 합계는 31.3%이다. 자사주는 5.3%가 있다. 이 외의 주요 주주로는 신세계와 국민연금공단이 있으며, 지분율은 각각 4.8%, 4.2%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