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성장판 닫힌 5G, 알뜰폰이 파고든다
알뜰폰 메기역할하며 가입 증가
중간요금제 출시도 시장에 영향
5G(5세대) 상용화 5년 차를 맞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5G 가입자 증가폭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해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이용자들이 늘어난 여파다. 알뜰폰의 부상으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까지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향후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5G 가입자 증가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2755만1374명이다. 이는 전달보다 56만6916명 늘어난 수치다. 매월 50만~60만명씩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5G 가입자는 2800만명대를 기록한 것으로 점쳐진다.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는 지난해 '5G 가입자 3000만명' 달성을 목표했지만, LTE(롱텀에볼루션) 수요가 알뜰폰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어지면서 5G 전환에 제동이 걸렸다. LTE의 경우 2011년 7월 상용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입자수 3000만명을 돌파했다. 5G는 2019년 4월 상용화하고 현재 3년이 지났지만 증가세가 훨씬 더디다. LTE 수요를 지탱하는 알뜰폰 강세는 고물가 시대에 경기둔화로 인해 통신비를 절약하려는 이용 행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화가 일상화되면서 월 2만~3만원대까지 내려온 저렴한 요금제와 손쉬운 개통, 자급제 단말 증가도 소비자 유인 효과를 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1263만8794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1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알뜰폰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선 후 1년간 250만명 증가했다. 통신 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알뜰폰의 경우 LTE 가입자는 지난해 1월 919만9000여명에서 11월 1143만8000여명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5G 가입자는 지난해 8월 겨우 10만명을 넘었고 11월에도 14만4000여명에 머물렀다.
알뜰폰 강세와 5G 가입자 둔화로 인해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 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이 39.9%, KT 22.9%, LG유플러스 20.8%를 기록했다. 16.4%의 점유율을 차지한 알뜰폰이 이동통신사의 턱밑까지 쫓아온 셈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이 20여년 만에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2, 3위인 KT와 LG유플러스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다만, IoT(사물인터넷) 회선을 제외하고 휴대폰 회선만 보면 SK텔레콤 42%, KT 24.85%, LG유플러스 20.19%, 알뜰폰 12.96%로 다소 차이가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원격관제, 차량관제 등 IoT 회선이 알뜰폰으로 분류돼 순수 휴대폰 회선으로 본 점유율과 다를 수 있다"면서도 "알뜰폰의 강세가 이동통신 점유율에 변화를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장률 자체를 보면 알뜰폰 LTE는 증가폭이 커지지만 이동통신사 위주의 5G는 증가폭이 둔화해 휴대폰 회선의 점유율 순위 변화도 예상된다. 휴대폰 신규 수요가 줄어든 것 또한 5G 증가세 둔화의 요인 중 하나다.
올해는 알뜰폰과 함께 중간요금제 확대가 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검토하고 있고, 알뜰폰 또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속속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KT엠모바일은 월 20GB(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월 2만6900원에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알뜰폰 업계 최초로 출시했고, 다른 사업자 역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또한 정부에서 물가 안정 대책으로 출시를 유도하는 만큼 5G 중간요금제를 추가로 내놓을 전망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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