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채용 평가 네·카오도 믿고 맡겨 올해는 실리콘밸리까지 진출합니다"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 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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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플랫폼 '프로그래머스' 만든 임성수 그렙 대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개발자는 '귀한 몸'이다. 불황기가 찾아오고 스타트업 거품이 꺼지는 추세이지만 디지털 전환기에 능력 있는 개발자는 여전히 희소하고 기업 입장에선 '입도선매' 대상이다. 지난해 채용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8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전체 중 64.2%가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작년 초부터 개발자 채용 시 거액의 인센티브를 내거는 등 파격적인 조건의 금전 보상이 앞다퉈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개발자 몸값이 단기간에 대폭 낮아지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개발자를 진로로 선택하는 학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빅테크 기업에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신입 개발자를 '추려내고(채용)'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을 '키워내는(교육)' 것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임성수 그렙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웨어 발전의 선봉에 서 있는 개발자의 성장이 곧 우리나라 기술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개발자의 역량 성장을 돕고 공정하게 평가받는 역량 체계를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그렙은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임 대표와 이확영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14년 공동 설립한 그렙은 개발자 커리어 서비스와 온라인 시험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개발자들을 한데 모아 평가, 교육을 진행하고 채용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단숨에 업계 1인자로 도약했다.

임 대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산업 대부분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고 개발자 채용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은 실력 있는 개발자 수급에 목마르지만 여전히 채용 전형에서 지원자의 실력을 검증하는 과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어 개발자 채용·교육·자격시험 분야에서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렙 '코딩역량인증시험' 개요 그렙이 출시한 인증시험은 두 가지다. △프로그래머스 코딩전문역량인증시험(PCCP) △프로그래머스 코딩필수역량인증시험(PCCE)이다. PCCP는 개발자, 취업자 및 소프트웨어(SW) 전공자와 프로그래밍 중·상급 학습자 대상이다. PCCE는 SW 비(非)전공자와 초·중급 코딩 학습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문법과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두 시험 모두 1000점 만점으로 400점 이상 취득 시 합격 인증서가 발급된다.

그렙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가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국내 개발자 채용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회사의 핵심 수익 모델이자 개발자의 코딩 역량을 검증·교육하고 채용까지 연계한 플랫폼 '프로그래머스'가 바로 그것. 프로그래머스 출시 이전에는 개발자 테스트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일부 빅테크를 제외하고는 효율적으로 개발자의 역량을 채용에 반영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프로그래머스는 현재 국내 최다인 45만명에 달하는 개발자 회원을 보유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등 주요 IT업체의 대규모 공채를 비롯해 1500개가 넘는 기업에서 1만8000여 건에 달하는 채용 코딩테스트를 진행해왔다. 누적 응시자 수만 66만명을 상회한다. 무엇보다 코딩테스트 실력으로 일단 먼저 검증하자는 문화가 빅테크를 비롯해 금융·유통 등 산업계 전 영역으로 확산·정착된 것이 시장에 가져온 선순환 효과다.

프로그래머스의 성공 비결은 기업과 개발자의 '미스매칭'을 줄인 것에 기인한다. 기업은 프로그래머스에 구인 공고를 등록한 이후 개발자 검색, 코딩테스트 결과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업별로 알고리즘 코딩테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문제를 출제하고 자체 코딩테스트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전공·학력 등 개발자 역량과 거리가 먼 스펙 대신 코딩테스트 점수로 기업에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임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 육성을 위해서는 체계화된 평가 시스템 마련이 우선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렙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자 코딩 역량 평가 부문에 민간자격인증을 취득한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 인증시험'을 선보이면서 신규 영역에 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IT업계에서는 자격증을 통해 기업은 채용 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어 그간 테스트 도입조차 힘들었던 기업들에도 역량 있는 개발자 채용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개인 입장에서는 누구나 코딩 학습에 대한 본인의 역량과 레벨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국내 코딩교육 저변 확대에도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사업성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임 대표는 "시장에서는 이제 필수 검증 단계로 완전히 정착한 알고리즘 코딩테스트를 지금보다 더 효율·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과 요구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IT업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SW)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추산되지만 공급은 32만400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6000명에 달하는 SW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기본 알고리즘 능력은 코딩역량인증시험을 통해 검증하고 '실무 역량 과제 테스트'를 통해 전문 분야별로 개발자의 실무능력을 추가로 검증하는 역량 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기업은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 선발이 가능하고 개발자는 제대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개발자 채용에 걸림돌이 있는 구인 기업과 구직자 간 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렙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온라인 시험 감독 서비스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착한 원격시험 수요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그렙의 '모니토' 프로그램을 통해 네이버·카카오 등 IT 빅테크를 비롯해 삼성전자·현대차·국민은행·외교부·한국전력공사·포스텍 등 1500여 곳이 이 프로그램으로 비대면 시험을 봤다. 누적 응시자 수는 27만명에 이른다. '모니토' 프로그램은 코딩테스트뿐 아니라 객관식·주관식 시험과 감독을 진행할 수 있다.

응시자의 컴퓨터 웹캠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응시자의 시선·자세·배경 등을 관찰해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경쟁 기업의 서비는 동시에 시험·감독할 수 있는 인원이 수백 명에 불과한데 모니토는 1만명 이상이 가능해 해외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내 대표 시중은행은 모니토를 이용해 3000명이 한 번에 승진시험을 보기도 했다.

임 대표는 "미국의 경우 주요 자격증 시장에서 30~40%가 완전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전환율이 낮은 편인데, 트리거링 시점이 되면 급속하게 온라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그렙은 올해 공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특히 북미의 개발자 교육 시장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직접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학과 기업을 비롯해 100개 고객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임 대표는 "미국 빅테크들은 개발자 채용과 교육에 있어 내재화에 성공했지만, 그 외 기업들의 경우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수요가 매우 크다"면서 "아직 미국에도 관련 플레이어(기업)가 많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테스트를 비롯해 코딩교육, 인재 매칭까지 여러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렙은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 최고기술경영자(CTO) 출신 이확영 CTO와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인 임 대표가 함께 설립했다. 두 사람은 상문고·서울대 동문이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실력 좋은 사람이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평가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의기투합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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