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짝 추격하는데… 해외투자 발목잡힌 SK온의 딜레마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SK온 제공.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경기 침체와 고금리라는 장벽에 부딪쳤다. 당분간 글로벌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투자를 지속하면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고, 반대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경쟁사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온 측은 "MOU 이후 꾸준히 JV에 대해 협의하고 있으나 여전히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협상 중단 여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3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제조기업인 코치와 3자 합작법인(JV) 설립 추진 MOU를 맺은 바 있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2025년부터 배터리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생산 규모는 연 30~45GWh 규모로, 총 금액은 3조~4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MOU 이후 경기 침체가 더욱 본격화하고 고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이들 기업 간 투자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 가까이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SK온도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도 앞서 지난해 6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단독 공장 투자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투자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배터리 대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시장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으로 당초 계획에 비해 투자 비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금리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투자에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상장 전 자금조달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려 했지만,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며 8000억원 조달에 그치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원을 투입했다.

반면 투자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장이 급격하게 확장하며 주요 업체 간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뒤에 업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밀려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줄곧 하락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3사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23.1%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4%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리튬 배터리 시장 및 공급망 동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글로벌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로 2022년 이후 연 300GWh 이상의 신규 공장 증설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 비용은 연간 약 4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며 "한국 기업이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 100억달러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