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 배제에 보도 중단 대가 금품까지…가평 수상레저시설 비리(종합)

이호진 기자 2023. 1. 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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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허가 없이 공사했다 적발되자 지역 언론인, 브로커 동원 공무원 회유
지역지 대표 불법 사실 처음 보도하고 보도 중단 대가로 금품 요구
군에 압력 가해 인허가 나도록 영향력 행사도…광고비 1억1000만원도
법 조항 적용 잘못 지적하는 부군수, 결재 라인에서 배제
입장 바꿔 하천점용허가 나갔지만, 식당 운영 등 한강수계법 위반은?
공무원에게 직접 금품이 전달된 정황은 확인 안 돼

[냠양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한문혁 형사2부장과 수사팀이 수사결과 브리핑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3.01.09. asak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경기 가평지역 수상레저업체의 인허가 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이 업체의 하천점용허가 과정에서 금품거래와 함께 공무원에 대한 압박과 회유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업체 회장과 전 대표, 브로커, 언론인 등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부장 한문혁)는 북한강 청평호에서 불법 영업을 한 혐의로 가평지역 수상레저업체 회장 A(60)씨와 전 대표 B(43), 지역지 대표 C(63)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관계된 전·현직 공무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당초 이번 사건은 경찰이 투자증권사 회장 출신인 이 업체 회장과 전 대표의 인허가 관련 협박 정황을 수사해 송치한 사건으로, 이후 검찰의 추가수사에서 지역 언론인의 금품수수와 브로커의 활동 등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검찰은 구속된 A씨 등 업체 관계자들이 2019년 4월 변경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 적발된 것이 문제가 되자 지역 언론인과 브로커 등을 동원해 공무원을 회유·협박해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허가를 전혀 받지 않고 유선장 공사를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시설물이 적발돼 행정대집행까지 예고됐음에도 갑자기 하천점용 변경허가가 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기존 업체를 인수한 뒤 연말부터 무허가 확장공사를 벌이고도 하천점용허가 면적을 4~5배나 늘린 이 업체는 이후 수상레저시설 영업허가가 나가기도 전에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구속된 지역지 대표 C씨는 이 업체의 불법 사실을 처음 보도한 기자로, 이후 업체에 접근해 보도 중단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돈을 받은 뒤에는 가평군에 압력을 가해 인허가가 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가 업체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받은 돈만 1억1000만원에 이른다.

또 C씨 외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사 청탁 등을 받고 300만~500만원짜리 광고를 수주한 지역지 기자 2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과정에서 인허가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브로커들의 존재도 이번 사건이 지역 토착형 비리라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전 군수 비서실장 출신인 D(63)씨와 공무원 출신 E(63)씨는 해당 수상레저 업체로부터 설계비 명목으로 4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각종 인허가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같은 방식으로 다른 수상레저업체 인허가에도 개입한 것이 확인돼 타 수상레저업체 관계자들도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군수실 비서실장 출신으로 설계사무소를 차려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D씨는 직전 군수의 비서실장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E씨의 경우 재직 중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출소 후 인맥을 이용해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구속 기소된 가평군청 전·현직 공무원 4명도 수상레저시설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잘못된 법 적용을 지적하는 부군수를 고의로 배제하고 국장 전결로 허가를 내준 것으로 조사돼 공직사회 내부의 최소 안전망인 결재 라인조차 무력화될 수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 중 3명은 이미 퇴직한 상태며, 1명만 현직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관련법 등을 근거로 불법시설물이 있어도 양성화 차원에서 허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불법시설물 원상복구 명령을 하고도 이행 기간 중에 하천점용허가를 내준 점과 허가에 반대하는 부군수를 결재 라인에서 배제한 점, 하천법상에는 불법시설물 양성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들며 허가의 부적정성을 꼬집었다.

일단 검찰은 허가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2019년 5월부터 2020년 말까지 해당 업체가 벌어들인 수익 약 100억원에 대한 범죄수익환수를 진행하고, 업체의 영업 관련 처분을 위해 가평군에 해당 사실을 통보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막대한 금권과 지역언론, 지역유지의 외압과 회유에 지방행정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취약성을 드러낸 지역 토착형 부정부패 사건”이라며 “수사과정에서 청평호 일대가 수자원보호구역과 한강수변구역으로 지역돼 있어 각종 개발행위가 상당히 제한됨에도 지자체는 허가과정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무제한적 재량권 행사사 가능하다는 구조적 문제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ak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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