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타타르·소수민족···우크라서 ‘反러시아’로 뭉친 외국인 자원군

김서영 기자 2023. 1.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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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7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자원군 병력이 훈련하고 있다. 이들 일부는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싸우는 체첸인 부대에 합류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는다면 유럽의 더 많은 나라를 위협할 것이다.”

체첸 출신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싸우는 한 군인은 이 같이 말했다. 체첸인을 비롯한 크름반도 타타르인, 러시아 내 소수민족 등이 러시아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반감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에 연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외국인으로 구성된 부대가 우크라이나군 장교의 지시에 따라 훈련 중인 모습을 전했다. 이들 중에는 전쟁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로 머물러 오다 군에 자원한 경우도 있고, 전쟁 이후 자발적으로 병력을 꾸려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한 경우도 있다.

출신 또한 다양하다. 튀르크어를 사용하는 러시아 소수민족이 있는가 하면, 코카서스나 중앙아시아처럼 반(反)푸틴 기조를 띄는 지역에서 오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 푸틴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저항하기 위해 합류한 이들도 있다. 러시아 민족주의자와 네오나치 계열도 소수지만 존재한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9월17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에서 자원군 병력이 훈련하고 있다. 이들 일부는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싸우는 체첸인 부대에 합류했다. AP연합뉴스

이들을 묶는 공통분모는 러시아를 향한 역사적·정치적 적대감이다. 이들은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로부터 탄압과 억압을 당했던 기억을 공유한다. 1940년대 소련은 체첸인과 타타르인을 강제추방하고 대량학살한 전례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빈곤하고 낙오된 소수민족들을 우선적으로 강제징집한 것에 대해서도 반감이 있다.

한 체첸 군인은 “우리의 목표는 체첸공화국의 해방이자 자유를 원하는 모든 국가를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키르기즈스탄 난민 출신 한 군인은 “러시아인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지 알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처음부터 이들을 곧장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러시아측의 공작원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무엇보다도 구소련 출신 인력들은 대부분 러시아어 혹은 우크라이나어에 능통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내지는 정보기관과 협력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와 러시아인을 잘 아는 점을 활용해 러시아군인 것처럼 위장 침투하기도 한다. NYT는 “이들 임무의 상당수는 비밀활동으로, 전선 너머에서 위험한 정찰이나 파괴공작을 벌인다. 러시아 진영에서 이뤄지는 만큼 러시아군에 발각될 경우 가혹한 보복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의 참전이 유용하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잠재적 불안요인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자신들이 이러한 부대를 관리하는 책임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외국인 자원군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군과 정보기관의 지휘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자로서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싸우는 한 간부는 “러시아로 돌아갈 길은 현 정부를 파괴하는 것 밖엔 없다. 폭군에게 ‘물러나라’고 설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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