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의 기적’ 생환 광부들…가족여행 소망 이뤘다
지난해 경북 봉화 광산 매몰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광부들이 바다 여행을 다녀왔다.
경북 울진군은 221시간 동안 광산 지하 190m에 고립돼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두 광부와 가족들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울진지역을 여행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여행에는 작업반장이었던 박정하씨(64)와 보조 작업자 박모씨(57) 가족 등 모두 18명이 함께했다. 지난해 11월 두 광부가 구조됐을 당시 보조 작업자 박씨가 “미역국을 먹고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울진군이 두 광부를 초대하면서 마련된 여행이다.
박정하씨도 지난 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사고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 새해 첫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2박3일동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죽변 해안스카이레일·왕피천 케이블카·왕피천공원 아쿠아리움·곤충여행관·덕구온천·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 전망대·바다마중길393 등을 체험했다.
박정하씨는 “2박3일 일정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여행이 즐거웠다”며 “사고 트라우마로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려웠는데,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 편안함 밤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두렵고 갱도 안에 갇혀 있는 악몽으로 새벽 3시 전에는 늘 잠에서 깰 정도다.
박정하씨의 아들 근형씨(43)도 “3대가 모두 모여 가족여행을 떠나보기는 처음”이라며 “오랜만에 가족끼리 깊은 이야기도 나누는 등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박정하씨 가족은 포항 울릉크루즈 초청으로 오는 12~14일 울릉도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두 광부는 지난해 10월26일 오후 6시쯤 봉화의 한 아연 광산에서 갱도가 무너지며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구조됐다. 이들은 221시간 동안 지하수와 커피믹스 등을 먹으면서 고립 상황을 견뎌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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