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2금융권 대출 재개 압박 본격화..효과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급전이 필요한 A씨는 매일 토스, 카카오페이 등 대출 중개 플랫폼에 접속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출 상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다수 저축은행, 캐피탈 업체들이 '점검'을 이유로 대출 상품 판매를 제한해서다. A씨는 "이전에는 많은 저축은행 상품들이 나열됐는데 현재는 '점검' 이라는 불분명한 이유로 선택지가 좁아졌다"면서 "한정된 상품 내에서 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저금리 상품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연말부터 대출 중개 플랫폼에서 대출 빗장을 걸어잠근 2금융권의 움직임이 장기화되자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대출 재개를 위해 간담회를 열고 수수료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한 후속 조치 논의에 들어갔다. 다만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법정최고금리연동제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2금융권의 대출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대출 조회는 늘었는데 선택지는 오히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출 중개 플랫폼에서 대출 상품을 조회하는 건수는 급증했다. 대출 중개 플랫폼 토스는 지난해 총 1280만건의 대출 조회 건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5.34%(550만건)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로 살펴봐도 2021년 1·4분기 약 270만건, 2·4분기 320만건, 3·4분기 350만건, 4·4분기 340만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조회 건수 대비 대출 승인 건수는 줄고 있다. 대출 중개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대출 승인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으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4월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2·4분기 96%, 3·4분기 94%로 50%p 넘게 급락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대출 한도 조회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63.8% 늘어난 것에 비해 승인 건수는 37% 늘어나는데 그쳤다. 조회하는 사람은 늘어났는데 정작 실제 대출을 받는 사람은 줄어든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제2금융권들이 대출 중개 플랫폼 상에서 줄줄이 대출 상품 취급을 줄였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말부터 토스, 카카오뱅크 등 플랫폼에서의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신용대출을, 웰컴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을, 신한저축은행은 햇살론을 중단했다.
한때 최대 20개가 넘는 금융사들이 '점검'을 이유로 대출 조회 결과를 제공하고 대출 업무를 사실상 중단했다. 올해 들어 몇몇 곳은 플랫폼을 통한 대출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10개가 넘는 금융사들은 대출을 재개하지 못하고 '점검중'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 근본적 해결책은 법정최고금리연동제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캐피탈사와 대출중단 사유를 명확히 한다는 명목으로 간담회를 열고 대출 재개 압박에 나섰다. 저축은행들은 간담회에서 조달금리 상승과 법정최고금리 제한에 묶여 역마진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재원을 예적금에만 의존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오르고 법정최고금리 20% 제한해 걸려 경영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대출을 조정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대출 중개 수수료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 저축은행은 대출 중개 플랫폼이 2금융권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1금융권의 은행들에 비해 과도하고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중개 플랫폼들이 저축은행에 평균적으로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율은 1.7~1.8%인 반면, 은행권에 대해서는 0.4~0.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수료율 조정 등 2금융권 대출 활성화를 위한 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금융권 업계에서는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정최고금리연동제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 급격히 오른 금리가 대출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인데 금리가 당장 낮춰지긴 힘든 상황인 만큼 최소한 법정최고금리가 시장금리에 연동될 수 있게 해 역마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필요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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