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실망스러웠다” 추신수의 마지막 불꽃? 어쩌면 진짜 야구는 지금부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추신수(41‧SSG)는 한국 야구가 낳은 역사상 최고의 야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득실대는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16년을 살아남았다. 한국 야구 역사상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계약도 따냈다.
그런 추신수의 KBO리그행은 사실 ‘잘해야 본전’이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컸다. 아무리 마흔을 앞둔 나이라고 해도, 많은 이들은 추신수라는 ‘브랜드’에 기대 혹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수이기 때문에 전성기가 지났어도 KBO리그를 평정하는 활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왔다. 첫 시즌을 앞두고 “30홈런을 칠 것”, “역사적 출루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 건 괜한 게 아니었다.
그 기대치에 비하면 추신수의 활약은 다소 처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잘하기는 했다. 눈은 살아있었다. 추신수는 높은 출루율, 그리고 많은 볼넷을 통한 높은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을 기록했다. 그 결과,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조정득점생산력에서 지난 2년간 리그 평균보다 34% 높은 수치를 찍었다. 하지만 첫 기대에 비하면 다소 못 미쳤다. 환상도 사라졌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출루율은 남부럽지 않았다. 2년간 출루율이 4할에 육박한다. 첫해는 21홈런-25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고령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에도 112경기에서 16홈런-15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항상 타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출루율이 중요한 시대지만 때로는 볼넷보다는 안타가 필요한 때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거기에서는 추신수 자신의 기준에도 못 미쳤다.
추신수도 인정한다. 추신수는 “사실 나도 내가 한 것에 대해서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다. 내가 원했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떨어진 건 아니다. 나이는 한 살 더 먹었지만, 지난 2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추신수는 “사실 1년 하려고 팔꿈치 수술을 했던 건 아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은 있다”고 조심스럽고도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건 신체적인 운동능력이 중요한 운동선수에게는 생각보다 큰 차이다. 특히나 야구 선수로는 환갑이나 마찬가지인 40대 선수는 1년, 1년이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나 트래킹 데이터를 보면 딱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신수도 세월의 흐름을 완벽하게 거스를 수 있는 초인은 아니다. 하지만 기대를 걸어볼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오히려 시즌 준비가 더 멀쩡해졌다.
2021년은 미국에서 운동을 하다 2월에나 SSG와 계약했다. 한국에 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를 했고, 그 기간 동안 흐름이 끊겼다. 다시 몸을 만들고, 다시 감을 끌어올리고, 뒤늦게 실전을 소화하느라 시즌 출발 자체가 늦었다. 실제 2021년 당시 추신수의 위력은 시즌 중‧후반으로 갈수록 더 빛나게 잘 드러난 기억이 있다.
2022년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역시 정상적인 캠프를 못 치렀다. 원래라면 시즌 개막 이후에나 완벽해지는 스케줄이었지만 팀에 부담을 주기 싫었던 추신수가 계획을 앞당겼을 정도다. 여기에 손가락과 옆구리 등에도 부상이 있었다. 실전 감각이 거의 없었던 한국시리즈에서 6경기 타율 0.320, 출루율 0.414를 기록한 건 추신수의 클래스가 아직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여전히 야구장에 가는 길이 설레고 떨린다는 추신수는 당초 생각했던 은퇴 의사를 접고 1년 더 하기로 했다. 혹자는 마지막 불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는 아무런 제약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를 수 있다. 지난 2년보다 오히려 겨울이 가볍다. 추신수는 “내년이 기대가 되느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 팀도 기대하고 있다. 또 우승 해야죠”라고 웃었다. 진짜 추신수의 야구는 올해 펼쳐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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