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던 전기차에서 거듭되는 화재···‘침소봉대일까, 대형사고 전조일까’
서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최근 연이어 발생했다. 주행 중 충돌로 인한 사고로 화재가 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등 건물 지하에서 한밤 중에 주차 중 느닷 없이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성상 폭발하듯 불이 번지는 데다, 진화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면서도, 동시에 화재 우려를 침소봉대해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모델X에서 불이 났다. 2시간50분만에 진압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제주 서귀포시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쉐보레 볼트 EV에서 화재가 났다.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해 진화하는 데 1시28분이 걸렸다. 작년 1월14일에도 경북 경주 남산동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볼트 EV도 불길에 휩싸인 바 있다.
세 사고 모두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차량 외는 큰 재산 피해도 내지 않았다. 지하에서 화재가 나지 않았고, 운전자가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에서 충전 중에 혹은 주차 중이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난다면 그 피해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고 진압도 어렵다.
현재까지 전기차 화재 진압의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는 건 이동식 소화수조다. 그러나 이 장치는 건물 지하로 들어가는 데는 여러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 중 하나다.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 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때도 전기차가 현장에 있었다면 더 큰 피해가 났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와 일부 공공기관에는 전기차가 공무차로 제공되고 충전소도 갖추고 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피해는 물론 경호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테슬라 사고는 운행 중이었던 것도 아니고 배터리 충전 상황도 아니었다”며 “지하 주차장에서 견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판매 대비 대수 화재 건수로만 위험성을 경시하기에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특히 지하에서 화재가 나는 경우는 뚜렷한 대안도 없어서 공포스런 상황”이라며 “전기차 화재는 5~6분 안에 불이 다 번지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차를 꺼내거나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화재 위험’이란 식의 인식은 과도하단 주장도 있다. 실제로 전기차의 화재 비율은 내연기관차의 60분의 1 수준이란 조사가 있다. 미국의 보험서비스 제공업체 오토인슈어런스EZ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교통통계국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기차 10만대당 화재 건수는 25.1대다. 반면에 내연기관차는 10만대당 1529.9대, 하이브리드차는 가장 높은 3475.5대다. 오히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선 화재가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일단 화재가 났을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인 셈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조에 집어넣어도 화재 진압에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고, 또 수조를 들고 다니기 위해선 엄청난 장비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화학 약품 같은 것이 개발돼야 한다. 1~2년만에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그럼에도 화재 위험성을 침소봉대해서 전기차로의 전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하면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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