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형규 목사, 전두환 정권 '교회 파괴 공작' 진실 규명 결정
"보안사가 폭력사태 개입…직무 범위 벗어난 위법행위, 종교의 자유 침해"
고 박형규 목사, "교회는 가난한 자, 힘없는 자 편에 항상 서야" 재조명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 "40년 전 일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교계 공동 대응"
'길 위의 목자'로 불리며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고 박형규 목사(서울제일교회)가 전두환 정권의 이른바 '교회 파괴 공작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서울 중구 소재 서울제일교회 박형규 목사와 박 목사를 따르던 교인들이 지난 1983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박 목사의 활동을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교회 안에서 감금되거나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박형규 목사와 교인들은 1984년 12월부터 1991년 12월 까지 서울 중부경찰서 앞에서 노상예배를 드렸다.
서울제일교회 교인 22명은 진실화해위원회에 "국군보안사령부가 전두환 정권에 비판적 활동을 하던 박형규 목사를 탄압하고, 나아가 박형규 목사를 교회에서 쫓아내기 위한 공작을 시행했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통해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요청한 바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이하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결정통지서에서 "보안사령부는 종교계의 민주화운동을 막기 위해 소위 '교계 저항 무력화 대책'을 통해 교회와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신원 조사, 동향 관찰, 포섭, 회유 등의 방법으로 교인들을 분열시키고, 주요 종교인들을 교회에서 축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더나아가 보안사가 박형규 목사 축출을 위해 폭력사태에 개입했다는 것도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보안사가 박형규 목사의 활동에 반대하는 교인들을 지원,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울제일교회 폭력 사태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위는 "보안사는 군사보안, 군 방첩, 군 관련 첩보 수집, 처리에 관한 사항에 한해 직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서울제일교회와 박형규 목사를 대상으로 공작을 시행한 것은 그 직무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이며, 종교의 자유,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수사기관의 은폐·축소 의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보안사가 박형규 목사를 교회에서 축출하는 것을 목표로 공작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서울제일교회 예배 방해 사태는 점차 교회 내 폭력 사태로까지 심화됐지만, 수사기관은 서울제일교회에서 감금, 폭행 등 폭력사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 문제라면서 폭력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기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서울제일교회 폭력 사태에 개입한 폭력배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기부 등은 이 사건을 지연 수사 등의 방법으로 축소·은폐하고자 공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나서 종교계 민주화운동을 막기 위한 공작에 대해 사과하고, 박형규 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로써 고 박형규 목사는 지난 2012년 '민청학련 사건' 재심에서 3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교회 파괴 공작'사건도 진실 규명됨에 따라 한국교회의 민주화 운동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 박형규 목사는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 강화를 위해 조작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5년형을 받았다가 지난 2012년 3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박형규 목사는 CBS와 인터뷰에서 "목회자로서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고, 교회의 교회다움을 실천하기 위해 저항운동에 뛰어든 것"이라며, "교회는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 힘 없는 자 편에 항상 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는 "이번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를 통해 새로 알게 된 것은 그 당시에 정권의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던 여러 종교 세력들에 대해 국가가 계획적으로 공작을 벌였던 사건이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교회차원에서 6년동안 노상예배를 드리고, 기독교회관에서 5년동안 예배를 드리는 등 10년 넘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권에서 그런 시도를 다시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교계 차원에서 함께 공동 대응해서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졌던 일이 40년 뒤인 현재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같이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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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주열 기자 jys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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