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작품 구입가 맘대로 조정·격려금 지급 위반도(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황희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규정과 다르게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미술관 관련 재단은 국고 납입 수익금을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부당하게 업무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소속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직 관리와 업무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16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미술관은 일반구입 수집작품의 제안권자인 내부 학예직과 외부 전문가를 대폭 축소해 일반구입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제안을 위축시켰다. 경매 구입 시에도 학예직 7~8명에게만 카카오톡 등을 통해 경매 일정과 작품 안내가 이뤄져 작품 구입 제안을 일부 소수 학예직 직원이 독점했다.
또한 경매구입 시 제안자 응찰보고서로 가치평가위원회를 진행해야 하지만, 제안된 115건 중 40건의 응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해 16건을 최종 낙찰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구입 가격도 전문가 의견과 다르게 최대 5천만 원을 상향 조정하고 일부는 임의 조정된 가격으로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치평가위원회와 가격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일반구입을 결정한 279점 중 26점의 가격을 일관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조정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은 가치평가위원회 의견과 달리 최고 5천만 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미야지마 타츠오의 '카운터 갭'은 고평가에도 1천만 원을 하향 조정했다. 다만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작품은 실제 구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수집을 최종 결정하는 작품수집심의위원회도 제척·기피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객관적 기준 없이 운영됐다. 작품 구입을 제안한 직원이 해당 심의에 참여하거나, 작품 수집 담당 부서장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가격자문위원회에 부당하게 관여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이사장 윤범모)은 지난해 9월 뮤지엄숍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 수입 약 3천200만 원을 회계연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했다. 이 재단은 미술관 내 편의시설을 위탁 운영하며 1년 단위로 정산하고 수입이 지출을 초과하는 경우 그 차액을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
또한 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체결한 3천만 원 이상 계약 21건 중 20건을 수의계약으로 맺었으며,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조명 구입 및 설치 용역을 포함한 4건도 수의 계약을 했다. 재단은 자체 재무회계규정에 따라 일반 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제한적으로 수의 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관리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간의 보존·복원을 완료한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관련해 부서 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시·관리에 필요한 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작품 일부가 고장 난 채 전시했다.
문체부는 특히 윤범모 관장이 지난해 8월 29일 발생한 미술관 유튜브 채널 해킹 사건을 문체부에 보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처 내 유사 해킹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장은 일부 부서장들이 직원에게 비인격적인 행위를 하는 이른바 '갑질'을 인지하고도 방관해 직무를 소홀히 했다고 덧붙였다. 감사 내용을 보면 일부 부서장은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모욕적 언행을 한 것으로 적시됐다.
이번 특정감사는 갑질과 부당 인사 등 국립현대미술관 운영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문체부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했다.
문체부는 미술관에 시정 1건, 경고 2건, 주의 6건, 통보 6건, 현지조치 1건 등 16건을 통보하고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미술관은 감사 결과와 관련해 1개월 이내에 문체부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오늘 오전 감사 결과 통보를 받고 확인 중"이라며 "통보된 결과에 따라 향후 개선방안 및 조치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범모 관장은 10일 올해 전시 계획 발표회에 앞서 감사 결과와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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