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3 축소' 무색…수방사 소외 '정보 칸막이' 존재했나
수도방위사령부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영공을 뚫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북한 무인기 1대가 관할 구역까지 진입한 이후였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북한 무인기가 MDL(군사분계선) 밑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최전방 1군단이 포착한 시점을 기준으로 25분 늦은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도 당일 북한 무인기 침범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파받는 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됐을 가능성이 시사되는 대목이다. 수방사는 서울지역 방공작전을 책임지는 부대로 대통령 경호에 관여하고 있다.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수방사가 북한 무인기 5대의 남침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북한 무인기 1대가 수방사가 관할하는 구간 안에 들어온 이후인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무인기를 먼저 포착했던 전방의 상황 전파가 지연돼 P-73(비행금지구역) 을 관할하는 수방사가 자체적으로 북한 무인기를 먼저 탐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6일 10시19분쯤 1군단이 북한 지역에 있던 무인기 항적을 최초 포착했고, 6분 뒤인 10시25분에는 MDL로 다가오는 항적도 추가 식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국회에 보고한 최초 인지 시점보다 실제로는 6분 먼저 1군단이 북한 무인기를 발견한 셈이 된다. 이는 특이 항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수방사는 거기에서 25분 더 지난 10시50분이 돼서야 자체적으로 이상항적을 발견해 무인기로 파악했다. 수방사는 11시26분 합참에 이를 보고했는데 이미 무인기 대응 작전이 군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1군단이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북한 무인기 남침을보고한 시점은 11시10분으로 전해졌다.
군의 상황 전파 과정에서 수방사가 소외되는 일종의 '정보 칸막이'가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더욱이 군이 대공감시강화 체계인 두루미를 발령한 것은 정오가 돼서였기에 최초보고부터 상황 전파, 대응까지 절차를 둘러싼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군 장비의 첨단성, 방공 체계 등을 부각하며 전 정권때까지 유지됐던 P-73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용산 일대 공역 통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시점 나온 발표였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로는 문재인 정권때까지 청와대를 중심으로한 8.3㎞로 설정됐던 P-73이 대통령실 인근인 전쟁기념관 및 대통령 관저를 중심으로 각각 반경 3.7km에 설정된 상태다.
그런데 북한 무인기 1대가 남침 당일 P-73 북단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군의 장비, 전파 체계 방공망 등이 윤석열 정권이 자신했던 것과 달리 총체적 허점을 보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수방사는 비행금지 축소 결정 당시 반대의견을 냈던 부대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합참 측은 윤석열 정권 이후 "P-73의 축소가 작전에 제한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P-73의 침범이 대통령 경호 실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이 대통령 경호처에 무인기 탐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1군단과 수방사 간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부분이 부족했다"며 "수방사가 서울지역 방공작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말씀 속에 경호처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합참의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토대로 책임자 문책 등 대통령실의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야권에서는 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 본인의 책임론을 쟁점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당시 군 내 경계실패 등 각종 사태에서 국민의힘 등 당시 야권이 '군통수권자 책임론'을 부각했던 장면이 거꾸로 재연된 셈이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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